- 역과 백화점이 연결되어 있음에도 엘리베이터는 없어
- 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 구축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미숙 씨(가명)는 새해를 맞아 지인들과 영등포역 인근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 뒤, 영등포역과 연결된 지하상가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숙 씨가 지하상가를 구경하기 위해 지인들과 엘리베이터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미숙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지상에서 지하로 이동할 수가 없다. 미숙 씨는 지인들에게 먼저 내려가서 지하상가를 구경하라고 한 뒤, 지하상가와 연결된 입구를 하나씩 찾아다니며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영등포역에서 바로 연결된 지하상가부터 그 어디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실망하던 미숙 씨는 문득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을 떠올렸다. 이 백화점 역시 지하상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백화점’인 만큼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길에 엘리베이터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으로 들어가 지하상가로 향하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더 이상 이동할 수 없었다. 미숙 씨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미숙 씨는 “영등포역도, 타임스퀘어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데 휠체어가 이동할 수 없다는 사실에 속상하다”면서,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통로가 여러 개인데, 단 한 곳도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살펴 보니 몇몇 출구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가 있긴 했다. 리프트를 통해 지하상가로 내려오거나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호출’을 하면 된다.
하지만 미숙 씨는 “솔직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게 훨씬 마음 편하지, 리프트를 이용하면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실제로도 예전에 리프트 추락사고가 있었지 않나. 또 장애인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휠체어 때문에 누구를 부르고 기다리고 해야 한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미숙 씨는 “리프트를 통해 지하상가로 내려오더라도, 타임스퀘어로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만 있어서 이동이 어렵다”면서 “장애인이 어디는 이동이 되고, 어디는 이동이 안 되는 게 아닌 모든 곳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영등포역 지하상가 취재를 마치고 지상으로 나오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진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지하상가의 어느 상점에서 그날 발생한 쓰레기들을 큰 봉투 여러 개에 담은 뒤, 하나씩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위로 올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씩 올라가는 그 쓰레기 봉지들을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는 사람이 받아서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지하상가의 다른 상점들도 쓰레기를 버릴 때는 그렇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것이다.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 양이 적지 않은 만큼 쓰레기 봉투들이 하나씩 올려지고 운반하는 동안 그 에스컬레이터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쓰레기를 버릴 때조차도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어땠을까. 엘리베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반드시 우리 모두가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