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박관찬 기자] 1. 접수 누락 : 복지카드 재발급 신청
지난해 12월 복지카드를 분실했다. 바로 재발급 신청을 했다. 접수 후 카드를 받기까지 2~3주가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2~3주가 지나도 카드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활동지원사를 통해 주민센터에 전화로 문의했다. 복지카드가 언제 발급되냐고?
청천벽력같은 답이 돌아왔다. 접수된 건이 없단다. 분명히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아 접수했고, 주민센터에 전화로 접수 확인도 했는데, 접수된 건이 없단다.
기자와 활동지원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주민센터 담당자가 먼저 이야기했다. 지금이라도 본인이 ‘대리’ 신청하겠다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있겠냐고.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러라고 했고, 물어보는 개인정보를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복지카드 재발급 신청을 다시 했다.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지만, 기자와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주민센터 직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의 과실을 덮고 싶어서, 아니면 인정하기 싫어서 그렇게 대리 신청을 하겠다고 한 게 아닐까? 복지카드 재발급 신청방법에는 주민센터 직원의 대리 신청은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신청을 누락했거나 어딘가에 착오가 생겨서 접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기다의 확인 문의에 그제야 부랴부랴 다시 신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은 것이다.
복지카드가 없으니까 그동안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를 사용한다. 결제를 할 때 복지카드가 있어야 하는 나비콜도 이용할 수 없다. ktx나 무궁화호를 탈 때도 ‘중증장애인 1명’이 아닌 ‘어른 1명’을 선택해서 비장애인과 같은 요금으로 결제한다. 혹시라도 기차에서 역무원이 복지카드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하면 꺼낼 카드가 없으니까.
복지카드를 분실한 건 기자의 잘못이지만, 애초 안내받은 기간을 넘겨서까지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모두 기자의 잘못은 아니다. 그 기간에 장애인이면서도 복지카드가 없어서 할인 등 혜택을 적용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가 보상해 주는가?
2. 접수 누락 : 이주 신청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기간의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아래 LH)에 이주신청을 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위함이다.
LH의 안내에 따라 이주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기간 안에 팩스로 발송했고, 서류가 잘 도착했는지도 확인했다. 이제 이주 심사 결과를 기다리면 되는데, 2~3주가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2~3주가 지나도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주가 안된다는 결정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주하고 싶은 지역에 가서 집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야말로 계약기간 만료까지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3주가 지났을 때 결국 활동지원사를 통해 LH에 문의했다. 이주 신청한 결과가 언제 나오냐고? 정말이지 기자와 활동지원사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까지 전화를 세 번은 더 걸어야 했다. 전화를 받는 LH의 상담원마다 정확한 담당이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다른 번호를 알려 주었고,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하면서 뱅뱅 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연결된 세 번째 상담원은 정말이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고 싶으면서도 그 원칙을 위반하고 싶은 기자의 양심을 시험해 보는 사람 같았다.
활동지원사가 상담원과 통화하는 동안 기자의 핸드폰에 있는 음성인식기능 어플을 켜놓으면 상담원이 하는 이야기가 다 번역된다. 접수가 되었는데 언제 결과가 나오냐는 활동지원사의 문의에 상담원은 그제야 확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그동안 잊고 있다가 지금 전화를 받고서야 업무를 수행하는 듯한 그 분위기를 핸드폰 화면에 나오는 글자들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전화를 하는 활동지원사도 그렇게 느꼈다.
다음 날, 바로 이주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담당자가 제때 서류를 접수하고 확인했다면, 분명히 더 일찍 이 문자를 받았을 것이다. 그럼 더 일찍부터 이사갈 집을 알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계약만료까지 집을 찾고 권리분석도 해야 한다.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결과가 이제 나오니까 마음이 급해지고 예민해질 수도 있는데, 헛웃음부터 나온다. ‘접수 누락’이 의심되는 일이 하나도 아니고 두 번이 같은 타이밍에 겹쳤기 때문이다.
이런 게 운수 좋은 날인 걸까.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