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안형진 집필위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는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한자연 소속 13개 센터와 함께 미국에서 사람 중심 실천과 시스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자문 및 기술 지원 조직인 Nationnal Center on Advancing Person-Centered Practices and Systems의 자기주도 학습 협력(Self-Direction Learning Collaborative) 모델에 근거하여, ‘옹호 기반 자기주도 개인예산 실천 사업’을 수행하였다.
이 사업은 학습을 기반으로 참여한 센터들이 사람 중심적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장애인 당사자, 가족, 친구, 동료 상담사 등을 중심으로 개인별 지원 서클을 만들고, 이들이 개인별 지원 계획 수립과 예산 할당 등의 개인예산 전반적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장애인 당사자를 어떻게 옹호할 것인지를 직접 학습하고 실천한 사업이었다. 사업 결과, 동료 지지와 지원 서클의 옹호가 사업 참여자들의 자기주도성과 대인관계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개인예산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주도성은 동료 지원과 지원 서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혹자들은 “개인예산제도는 ‘제도’이고 제도는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제도를 어떻게 정교하게 만들고, 용도와 용처를 어떻게 유연하게 하며, 재원을 어떻게 풍족하게 할 것인지만 고민하면 되지, 어떻게 제도에 주관적인 동료 지원과 옹호가 들어갈 수 있어?”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예산제를 매우 협소하게만 보는 것이다. 개인예산제는 국제적으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와 제19조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한(empowerment)을 지원과 서비스까지 어떻게 하면 잘 행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즉, 개인예산은 기관 중심으로 시행되는 서비스와 지원을, 옹호를 기반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동료 지원사들이 중심이 되어 서비스와 지원을 당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일랜드와 스웨덴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주도로 지원 서클을 구성하고, 동료 상담사를 통한 동료 지원이 개인예산제도의 중요한 한 파트이고, 아일랜드 정부는 이에 대한 사업을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개인예산제도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지원 서클과 동료 지원을 통한 옹호 지원 체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다. 이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의 몫으로 보인다. 개인별 옹호 없이, 형식적인 정부의 정책에 순응할 것인가, 장애인 자립생활에서 가장 중시하는 동료 지원, 지원 서클 그리고 옹호를 중심으로 하는 ‘옹호 중심 자기주도 개인예산제도’를 만들어 갈 것인가는 그 누구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달려 있으며, 이번 한자연의 ‘옹호 기반 자기주도 개인예산 실천 사업’은 그 시작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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