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val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축제 소개 영상의 한 캡처 장면. 수어통역사가 중앙에서 수어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화면의 하단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라고 적힌 한글자막이 있고, 오른쪽 상단에는 [평화롭고 잔잔하게]라고 음악 및 소리 정보가 한글자막으로 표시되고 있다. 화면의 왼쪽에는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로고와 ‘seoul perfoming arts festival 서울국제공연예술제’라는 텍스트가 흰색의 두꺼운 글씨로 적혀있어 어두운 배경색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재)예술경영지원센터](https://theindigo.co.kr/wp-content/uploads/2025/01/festival-696x396.jpg)
[편집자 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스파프(SPAF))는 재작년부터 축제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지난해도 창작진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접근성을 시도하고, 장애·비장애 관객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축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축제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공유했다. 축제 접근성을 실천한 과정을 다양한 관점으로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프로젝트 궁리 projectgr@naver.com]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2001년 시작하여 올해 24회를 맞이한 국내 최대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공연예술 축제다.
올해는 “새로운 서사: 마주하는 시선”이라는 주제로 10월 3일부터 27일까지 약 한 달간 국립극장 달오름,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 플랫폼엘, 아트코리아랩, LG아트센터 등에서 16개 작품 공연과 창작랩, 워크숍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동시대 관점과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는 국제 공연예술 축제”라는 비전에 따라 젠더, 장애, 나이듦, 지역성 등 이전에는 주목받지 않았고 미처 보지 못했던 주변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특히 축제 접근성을 높이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온 배경과 목표에 관하여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축제 기획과 접근성을 담당한 조윤지 공연해외진출팀 주임과 2024년 축제 접근성팀으로 합류한 조금다른주식회사 김혜진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축제 접근성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다양한 사람이 평등하게 즐기는 축제의 가치는 물론이고, 예술가들이 축제를 통해 자기 작업에 적합한 접근성을 고민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왔고, 2022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또한, 공연 유통 활성화의 차원에서 축제와 공연 관람이 어려운 이들이 축제를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2023년부터는 조금다른주식회사가 축제 접근성팀으로 결합하여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공유하고 있다. 이 기록이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누군가에게 가이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실패를 넘어 새롭게 시도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렇다면 작년과 올해 축제 접근성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2023년에는 우선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리적인 환경과 기초적인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공연장마다 접근성 매니저를 배치했고, 접근성 테이블을 두어 관객을 안내하고 수동휠체어도 구비했다. 올해는 기존의 방법론을 좀 더 발전시키면서 이것이 장애를 가진 관객에게 유효한 방법인지 살피고, 쓴소리일지라도 그간의 피드백을 꼼꼼히 검토했다.
특히 장애 당사자나 예술가와 연계하여 접근성 자문단을 구성하고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며 더욱 쉽게 다가갈 방법을 찾고 적용하려고 했다.
기관과 축제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중장기적인 관점이다. 역사가 깊은 축제인 만큼 올해 반짝 시도하기보다는, 그동안 축적했던 것과 부족했던 부분을 데이터화해보려고 했다. 올해는 접근성팀뿐 아니라 축제운영 파트, 티켓운영 파트와도 처음부터 논의하여 통합적으로 운영하면서도 각자 자율적으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작년에는 접근성 이슈가 생기면 접근성 매니저나 접근성 담당자인 제가 해결해야 했다면, 올해는 각자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조윤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해외진출팀 주임
축제 접근성의 큰 방향을 ‘함께하기’와 ‘쉬워지기’로 잡았다. 시각장애 예술가, 농인 예술가, 발달장애 당사자로 구성된 접근성 자문단,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접근성 작업자들과 함께 관객에게 재밌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접근성 자문단과는 축제와 공연의 음성 소개나 콘텐츠의 대본뿐만 아니라 영상에서 수어통역이 제대로 되고 자막과 잘 맞는지 등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 자문이 필요할 때마다 편하게 의논하고 피드백을 반영했다. 준비 기간부터 축제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김혜진 조금다른(주) 공동대표

쉬워지기 : 글도 영상도 공연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술의 언어는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더 많은 관객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참가 작품을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는 홍보자료에 등장하는 말부터 쉬워질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접근성 자문단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세 명과 “쉬운 글” 작업을 진행했는데, 접근성팀에서 먼저 17개 공연 소개 글을 작성한 다음, 자문단에서 이해가 안 되는 단어나 어려운 부분을 체크리스트로 점검했고, 이후 사무국에서 한차례 검수 후 공연단체에도 작품 의도가 잘 들어가 있는지 피드백 받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영상 작업도 기획 단계부터 접근성팀과 전문 영상팀이 함께하여 여러 방면의 연출에 신경 썼다.
작년에는 접근성 안내, 공연장 접근성 소개, 음성 포스터 등이 기능적으로 정보 전달 위주였다면, 올해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또한 농인 수어통역사, 시각장애인 배우와 협업하여 더욱 많은 이들에게 축제를 더 잘 전달하고자 했다.
이외에도 “축제를 즐기기 위한 쉬운 가이드”라는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9개의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숏폼을 만들 때도 접근성 자문단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으며,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접근성 작업자들과 촬영과 편집, 디자인, 출연, 대본 작업 등을 함께했다. 홍보영상 외에도 공연 소개 영상을 수어, 자막, 음성이 있는 숏폼으로 만들고, 공연을 재밌게 소개하고 추천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접근성 홍보 콘텐츠들은 인스타그램 조회수가 제법 나왔고, 네이버에 한글로 ‘스파프’라고 검색하면 축제 공식 블로그의 접근성 게시물이 맨 처음에 노출되는 성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공연과 축제를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SNS에 홍보물을 올리기보다는, 정확한 타깃에 최대한 정보를 전달해야만 했다.
관람을 원하는데도 정보가 없어서 못 오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장애인 관객의 경우 입소문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거의 200개에 달하는 유관기관 리스트를 뽑아서 유형별로 필요한 자료를 보냈고 바이럴 홍보를 했다.
이러한 홍보 방식이 유효한지는 앞으로 1~2년은 더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시도하고 실험하면서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제공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홈페이지 >
함께하기 : 참가단체, 접근성 자문단, 극장까지
예술단체 중에는 이미 접근성을 창작의 한 축으로 두고 실천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국내 초청 예술가, 예술단체와 합동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접근성과 배리어프리에 관한 축제의 지향과 노력을 소개하고, 참가단체에서 희망한다면 축제의 지원을 약속했다. 축제 내부에 접근성팀과 접근성 자문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장애예술과 관련된 작품 중에서 코끼리들이 웃는다 〈커뮤니티 대소동〉, 미나미무라 치사토 〈침묵 속에 기록된〉, 프로젝트 이인과 캐나다내셔널엑세스아트센터가 협업한 〈카메라 루시다〉는 이미 접근성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팀이다.
반면 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와 김재훈 컴퍼니 〈PNO〉는 이번 축제에 참여하며 접근성 작업을 했는데, 경험이 적은 팀이라 의미가 컸고 접근성팀이 본격적으로 축제 업무에 참여하기 전부터 자문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연팀과 작품의 성격, 팀의 역량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과 내용을 달리 적용했다.
접근성 운영체계도 확실하게 갖춰졌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축제 전반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성을 다룬다면, 접근성팀에서는 축제 접근성 기획과 접근성 매니저를 맡았다. 현장운영팀과 소통하여 공연장 환경을 갖추고 공연장마다 접근성 매니저를 1명에서 3명까지 배치하여 관객 이동지원이나 현장 응대를 맡았다.
또한, 축제 자원봉사자 중 접근성 안내팀을 구성해서 교육하고 현장에 투입하여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조윤지 주임과 김혜진 대표가 느끼기에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접근성에 관한 극장과 공연예술 현장의 이해도가 확실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비상시 대응할 스태프의 위치를 안내하는 비상 안내방송, 사전 안내방송을 협의할 때도 한층 수월했다.
한편으로는 올해 축제에서 사용한 모든 극장이 비교적 시설 접근성을 잘 갖춘 곳이기도 했다.
또한 접근성팀에서 극장과 공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빨라졌다. 아트코리아랩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때도 주 출입구에 경사로가 없어서 휠체어 이용 관객이 이용할 다른 통로를 빨리 파악하고 준비하기도 했다.
환대하기 : 초대하는 마음으로
올해 공연 중 〈침묵 속에 기록된〉이 기억에 남는다. 영국 농인 아티스트의 공연이었고, 아티스트가 한국의 농인으로부터 수어를 배워 무대에서 퍼포밍하는 것을 희망했다. 영국 수어와 한국 수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달 넘게 수소문했는데도 못 찾아서 결국은 청인과 농인 수어통역사의 미러링 방식으로 진행했다. 수어 지도 과정에는 여러 사람 사이로 영어, 한국 수어, 영국 수어가 바쁘게 오고 갔다. 영어로 ‘d/Deaf’를 대문자로 쓰는지 소문자로 쓰는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관객과의 대화 때에도 여러 단계의 소통이 필요했기에 좌석 배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관객도 있다. 〈침묵 속에 기록된〉 마지막 공연일에 문자가 왔다. 청각장애가 있는 대학생인데, 농인 퍼포머의 공연을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이 공연을 꼭 보고 싶다는 거다. 마침 취소 표가 나와서 안내해 줄 수 있었다. 그 관객이 아티스트를 위한 선물이랑 편지까지 써와서 공연 끝나고 전해주는데, 꼭 보고 싶은 사람이 공연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김혜진 조금다른(주) 공동대표
축제 접근성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은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이동 방법이나 관람 가능한지 따지지 않고 준비 없이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것, 자신의 취향에 따라 볼 건지 말 건지 선택하는 거다. 공연 외에 워크숍, 포럼, 강연 프로그램까지 모든 축제 행사에 접근성을 지원했고, 모든 장소에 접근성 테이블을 비치하고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했다. 접근성 공연으로 한정하지 않고 축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하게 즐겨주면 좋겠다.
조윤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해외진출팀 주임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접근성 운영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솔직한 의견을 듣고 회고하는 시간을 마련하면서 올해 시도한 것 중 좋은 점들은 내년에도 잘 이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김혜진 공동대표는 “접근성 기획은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일과 같다”라고 말한다. 친구를 초대하면 그 친구가 어떻게 올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접근성 기획 역시 관객이 어색하게 느끼지 않도록 잘 준비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모두를 환영하고 환대하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모두를 환영하기란 쉽지 않고, 배리어프리라는 단어 역시 너무 이상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축제에 함께하려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어딘가 어설프고 넉넉지 않더라도 함께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어렵고 힘드니 피하고 움츠리기보다는 관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롭게 길을 찾아가는 김혜진 공동대표와 조윤지 주임을 비롯한 접근성팀이 있으니 내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벌써 기다려진다.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PD, projectgr@naver.com]
인터뷰이 : 김혜진 조금다른(주) 공동대표, 조윤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해외진출팀 주임
진행‧정리 :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PD
사진 : 김명집 사진작가
이 기사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프로젝트 궁리가 작성하고 더인디고가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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