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에게 사적이거나 외모 이야기를 하는 지원인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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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톡 기차표 캡처 사진
여성 시각장애인이 기차 좌석까지 이동지원을 받을 때 지원인력도 여성이었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다. ©코레일톡 캡처
  • 남자친구인지, 외모 관련 이야기 등 불편한 대화
  • 시각장애인 지원의 경우 같은 성별의 지원인력이 배치되었으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다영 씨(가명)는 긴 명절 연휴를 맞아 모처럼 친척들을 만나러 서울에 왔다. 며칠을 즐겁게 보낸 뒤, 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어느 덧 대학생이 된 조카가 배웅해준다며 역까지 동행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다영 씨는 역에 도착하자 평소처럼 핸드폰에서 예매해둔 ktx 표를 찾았다. 그리고 역내 도움창구로 가서 표를 보여주고 예매한 좌석까지 이동지원을 요청했다.

그날은 좌석까지 조카가 같이 가준다고 했지만, 다영 씨는 어차피 하차해야 하는 곳에서도 이동지원을 받아야 하니까 처음부터 지원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조카는 도우미가 오기까지 다영 씨와 같이 기다려주었다.

곧 도우미가 나타났고, 다영 씨는 조카와 인사한 뒤 도우미의 팔을 잡고 기차를 타러 갔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불쑥 도우미가 다영 씨에게 물었다.

“아까 같이 있던 분은 남자친구인가요?”

다영 씨는 조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도우미가 말했다.

“아름다우시네요.”

순간 다영 씨는 불편한 마음이 일어났다. 교통약자에 대한 기차 좌석으로의 이동지원에 충실해야 하는 지원인력이 이렇게 교통약자의 사적인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다영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잔존시력으로 그가 어떤 조끼를 입고 있었던 걸 봐서 역 직원이 아니라 공익근무요원인 것 같았다”면서, “예전에도 기차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할 때 이런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었고, 심지어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좌석까지 지원을 요청한 건데, 지원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니까 불편하고 불쾌한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거나 무시하면 또 뭔가 위험한 일을 당할까 봐 염려되서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다영 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성별에 맞는 지원인력이 배치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휠체어 이용하는 경우에는 기차 리프트 등을 위해 남자가 지원해주는 게 더 좋을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시각장애인의 성별과 동성인 지원인력이 배치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영 씨는 “요즘 데이트폭력이나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장애가 있는 여성은 그런 문제에 비장애여성보다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며 “그만큼 이런 기차 탑승 지원인력 등에 대한 교육도 철저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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