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이해되지 않는 행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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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 책 표지 사진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서 주문하는 사람이 있다. 강사 대기실에 와서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도 강사 대기실에 와서 질문하는데, 그 질문이 책의 구매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한 번씩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잘 보이고 잘 들리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햇빛이 강하게 떠 있는 한낮에는 신호등의 불빛을 어떻게 잘 확인하는지, 야구선수들이 그 작은 야구공을 어떻게 치고 잡는지 등은 양반이다.

최근에는 기자가 출강하는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서 기자의 강의를 들은 교육생들의 태도에서 의문을 느꼈다.

평일반의 경우 월요일 오전에 ‘자립생활과 장애의 이해’, 목요일 오후에는 ‘장애인 건강과 재난대처’라는 과목으로 각각 3시간씩 강의를 한다.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이 개강하는 월요일에 교육생들을 만나고, 사흘 뒤 목요일에 같은 교육생들을 또 만나는 것이다.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한번씩 정말 의문이 들곤 한다. 강의를 ‘정말 제대로 들은 걸까?’하는 의문이다.

책을 구매하고 싶은데요

작년에 책을 출간한 후, 월요일에 출강할 때 꼭 책을 한 권 가져간다. 그리고 강의 중에 기자가 낸 문제를 맞힌 교육생에게 저자의 친필 사인을 담아 선물로 드린다. 그러면서 목요일에 한 번 더 출강하니까 혹시 책을 사오시는 분이 있으면 사인해드리겠다고 한다. 그럼 몇 분이 잊지 않고 책을 사오시곤 했다.

여기서 책을 어떻게 구매해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상세하게 한다. 특히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비치가 안 되어 있고 꼭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그런데 목요일에 다시 만난 교육생들 중에는 참 희한한 경우가 있었다.

하루는 월요일 강의를 마쳤는데, 한 교육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책 3권 주문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그 교육생이 인터넷으로 책을 3권 주문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사흘 뒤 목요일에 출강해서 첫 시간 강의를 마치고 쉬는 시간을 가지기 전에, 혹시 책 사오신 분이 있는지 확인했다. 몇몇 분들이 사오셨는데, 그때 기자의 활동지원사가 어떤 교육생의 말을 통역해줬다. 본인이 책을 3권 주문했는데, 왜 책을 가져오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월요일에 문자를 보냈던 교육생인 인터넷 서점이 아니라 기자에게 책을 주문했던 것이다.

책을 주문하는 방법에 대해 기자가 그렇게 어렵게 설명했나 월요일을 돌아봤다. 최대한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기자에게 직접 3권을 주문하겠다고 한 걸까. 더구나 기자에게 직접 주문하면 된다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은 일절 하지도 않았다.

다른 교육생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한다고 옆에서 설명해준 덕분에 상황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기자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질문을 꼭 지금 해야 되나요?

월요일과 목요일에 하는 강의 모두 3시간짜리라서 50분을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진다. 즉 한 번 강의할 때마다 중간에 두 번의 쉬는 시간이 있는데, 쉬는 시간을 가지기 전에, 그리고 강의를 마치기 전에 총 세 번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진다. 쉬는 시간에는 강사(기자)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강사 대기실에 와서 질문하지 말고 질문시간을 드릴 때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교육과정 목요일에 출강해서 강의를 진행한 후, 쉬는 시간이 되어 강사 대기실에 왔다. 그런데 어떤 교육생 두 분이 강사 대기실로 따라 들어와서 한 교육생이 다른 교육생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질문하는 것이었다.

“제가 이 선생님(함께 강사대기실로 들어온 분)께 강사님 책을 사 드리고 싶은데, 책을 어떻게 사면 되나요?”

교육생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 강사 신분이라 표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참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월요일에 책을 구매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고, 또 강사 대기실에서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도 두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듣지 못했던 걸까? 정말이지 이해되지 않았다.

또 어느 교육과정에서는 월요일에 강의를 모두 마친 뒤 기자가 가져온 책을 받게 된 교육생에게 사인을 해서 책을 드렸다. 그리고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한 교육생이 서 있었다. 방금 마치기 전에 분명히 질문 받는 시간을 드렸는데, 이렇게까지 나와서 질문하려는 걸 보니 꼭 물어보고 싶은, 교육생들 다 듣게 하기에는 부담될 수 있는 ‘개인적인’ 질문일까 생각하고 질문을 받았다.

“제 지인이 헬렌 켈러는~ (중략)~ 어떻게 생각하세요?”

3시간 동안 강의를 해서 에너지를 많이 소진한 상태에서 그 교육생의 질문을 듣는데, 힘이 더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 질문은 굳이 앞에 나와서까지 할 내용도 아니었고, 개인적인 내용도 아닌, 그날 세 번이나 드렸던 질문시간에 자신 있게 손을 들고 해도 되는 내용이었다. 그때 질문하면 되지 왜 이렇게 앞에까지 나와서 질문을 하려는 건지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매번 출강할 때마다 그 많은 교육생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좋은 장애 감수성을 가진 활동지원사가 양성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강의한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어떤 주제든 충분히 잘 들으면서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의 구매 방법이나 질문을 받는 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그것도 한 번 말한 것도 아님에도 이렇게 이해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교육생들을 보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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