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옷 무슨 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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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 걸려있는 옷들
시각장애가 있더라도 좋아하는 색깔이 있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드레스코드를 할 권리가 있다. ©박관찬 기자
  • 시각장애인의 마음에 드는 드레스코드를 선택할 권리
  • 색깔 구분 못한다고 아무 옷 입으면 될 거라는 생각은 선입견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해주 씨(가명)는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또 다가오는 봄 시즌을 대비해서 예쁜 옷을 장만하러 백화점을 방문했다. 평소 선호하던 브랜드 매장을 찾아가서 옷을 하나씩 만져봤다. 그러면서 가까이 와서 안내해 주고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

“이 셔츠 무슨 색인가요?”

“회색입니다.”

“그럼 이 옷은요?”

“검은색입니다.”

“아, 혹시 베이지색은 없나요?”

그러자 직원은 베이지색의 옷이 있는 곳으로 해주 씨를 안내했다. 그리고 베이지색의 옷을 만져보는 해주 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시각장애인이신가요?”

해주 씨는 담담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직원의 다음 말이 해주 씨를 언짢게 했다.

“시각장애인이면 색깔을 구분하기 어려울 텐데, 아무 옷을 사도 괜찮지 않을까요?”

해주 씨는 정색하고 직원에게 말했다. 옷의 색깔을 보기 어려워도 예쁘게 입고 싶은 권리와 욕구가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권리와 욕구가 있다고, 입고 싶거나 마음에 드는 옷을 살 자유는 시각장애를 가지던 가지지 않던 누구나 다 똑같다고. 그리고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아무 옷이나 입을 거라는 건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고 편견이라고 덧붙였다.

직원은 바로 해주 씨에게 사과하고, 해주 씨가 마음에 드는 옷을 살 수 있도록 정성껏 도와 주었다.

해주 씨는 이 경험을 기자에게 들려주면서 “모든 시각장애인이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만나는 사람이 어떤 색의 옷을 입었는지, 어떤 유형의 옷을 입었는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사람들의 드레스코드를 듣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나도 그런 코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옷을 살 때 참고할 때가 있다”고 시각장애인만의 드레스코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해주 씨는 “오히려 시각장애가 있어서 패션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생각하기 때문에 의류 브랜드에서 시각장애인을 좀 더 고려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예를 들어 매장에도 점자 표시를 넣는다거나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활용한다는 것을 감안하여 촉각으로 옷의 유형을 확인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해주 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옷을 편하게 입으면서 동시에 패션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의류 브랜드가 나오는 것처럼, 시각장애인도 옷의 유형과 색깔을 스스로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패션까지 챙길 수 있는 ‘시각장애를 고려한’ 의류 브랜드가 앞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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