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맞벌이 부부인 우리 가정의 상황으로 인해 요즘 다양한 육아 방법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돌봄 서비스나 어린이집을 생각하지만, 흉흉한 뉴스들이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쌓여가는 중 눈길을 끄는 한 어린이집 원장님의 홍보영상을 보았다.
“아이가 아침에 등원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슬퍼하지 마세요. 이미 그 아이는 일정한 시간에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똑똑한 아이입니다.”
“어린이집 문을 보고 우는 아이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아이는 스스로가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하원할 때 우는 자녀를 보고 안타까워하지 마십시오. 어린이집의 어떤 규칙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아이는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을 거예요. 우는 아이는 규칙을 이해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힘든 과정을 지나온 성실한 아이입니다.”
원장님의 말씀으로 우리 가족의 육아 걱정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는 관점 하나만은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매번 괴로운 일인데 그건 우리가 아침마다 갈 곳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갈등에 부딪히고 다투고 논쟁하는 일은 매번 어려운 일이지만 그건 내 곁에 아직 많은 이들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내게 아기라는 축복이 있는 것이고 돈이 부족한 것은 갖고 싶었던 것을 이미 많이 가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장애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장애가 있음에도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이 주어졌다는 뜻이고, 늘 피곤하다는 것은 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할 수 없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 불편한 것들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종이가 모자라고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써 내려갈 수 있다. 모두가 바쁘고 힘들게 사는 세상에서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그 또한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꽤 불편한 사건이지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냈고 갑작스레 찾아온 전염병마저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혼자 살던 이에게 결혼은 삶의 공간을 반으로 나누는 일이 되고,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많은 고민과 과제들이 추가되는 일이지만 어느 순간에도 같은 편이 되는 이들을 갖게 되는 멋진 사건임이 틀림없다.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하얀 눈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려면 이제 꽤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 덕분에 우리에겐 포근한 바람과 꽃들이 다가온다. 나이를 한 살 먹는다는 것은 조금씩 늙어가는 것이지만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를 둘러싼 많은 고민을 한순간에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해법을 찾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조금 다르게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기엔 충분하다. 오늘의 내 삶이 내일이 된다고 해서 반짝하고 달라질 수는 없지만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