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는 소리나지 않아 시각 및 청각장애인에게 위험
- 전조등이 너무 가늘어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보기 어려운 문제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사람들이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수단은 다양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택시나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택시나 자차의 경우, 요즘은 전기차를 비롯해 자동차의 특정 모양으로 인해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소리가 안 들린다
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동차가 이동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가도 뒤에서 전기차가 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수 있는데, 차가 오는지 뒤돌아봐도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전기차의 존재를 더 모를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인 A 씨는 “평소 늘 다니던 길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빵’하고 클랙슨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면서, “전기차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소음을 줄여준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저처럼 시각장애인은 소리의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기차의 존재가 하나의 위험이다”고 볼멘소리로 말했다.
A 씨는 또 “예전에 전기차가 앞에 걸어가는 어르신에게 비키라고 신호를 보내려다가 클랙슨을 눌렀는데, 어르신이 깜짝 놀라서 넘어진 뉴스를 본 적 있다”면서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못 들으니까 클락센을 눌러도 못 들어서 자칫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기차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 B 씨는 “개인적으로 전기차가 운전하기에 예전보다 훨씬 편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도로에서 운전할 때와는 달리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좁은 골목길 같은 곳에서는 차의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운전을 정말 조심하게 된다”는 경험을 전했다.
이어 B 씨는 “전기차가 운전하기 편한 사람 입장에서는 시중에 다양한 전기차가 나오는 걸 환영할 일이지만, 교통약자에게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꼭 클랙슨이 아니더라도 교통약자에게 전기차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동차가 안 보인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C 씨는 요즘 어두운 밤에 길을 가는 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전에는 길이 어두워도 앞에서 차가 오면 차의 전조등을 보고 차가 오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피할 수 있었는데, 요즘 시중에 나오는 차들의 전조등이 그에게는 알아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C 씨는 “차의 눈(C 씨는 전조등을 ‘눈’이라고 불렀다)이 감겨 있는 것처럼 차의 앞부분에 줄이 하나 그어진 듯한 디자인이라서 눈에 힘을 주고 보지 않는 이상 확인이 어렵다”면서, “요즘 이런 유형의 차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유행인가 싶어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그랜저, 스타리아 등의 차량이 C 씨의 표현처럼 차의 앞부분이 눈을 감은 것처럼 하나의 줄이 그어져 있다. 심지어 그랜저는 차의 앞뒤 모두 같은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어두운 곳에서 전조등을 켜면 그 불빛으로 인해 차의 존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눈을 감은 것처럼 가늘게 줄 하나가 전조등이라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확인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C 씨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들이 시중에 나와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건 자동차 산업계의 당연한 흐름이란 걸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자동차는 교통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중요성이 있듯이, 교통약자에 대한 부분도 생각하며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