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R코드를 사진 촬영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은 주문하기 어려운 시스템
- ‘모두’가 편리한 주문 시스템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은 식당이나 카페뿐만 아니라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 병원에서 진료 후 결제를 할 때,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뒤 결제를 할 때 등 여러 분야에서 키오스크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꼭 ‘키오스크’나 ‘무인단말기’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사람’이 주문을 받거나 결제를 하지 않고 ‘기계’가 대신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기계의 등장은 누군가에게는 편리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불편함의 ‘누군가’에 장애인이 해당될 수 있는데, 최근 사례들을 살펴보면 장애인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야 주문할 수 있다고?
S 백화점 내에 있는 식당은 고객이 주문하는 시스템이 조금 특이하다. 직원이 직접 주문을 받지도 않고, 키오스크나 무인단말기가 식당 입구에 배치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각 테이블마다 고객이 직접 주문할 수 있는 모니터형 키오스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각장애가 있는 A 씨가 이 식당에 처음 방문했을 때,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원을 불러 어떻게 주문하는 건지 질문했는데, 테이블 한 켠에 있는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서 식당 주문 사이트로 접속하여 주문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A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각장애인은 보기 어려우니까 자신의 핸드폰으로 특정 부분(QR코드)을 사진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럼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을 바에 그냥 처음부터 직원이 주문을 받는 게 더 편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A 씨는 “용케 사진을 찍어서 주문 사이트에 접속한다고 해도, 메뉴가 표나 그림으로 되어 있어서 음성으로 읽어주기 어려운 상태라면 또 직원이 메뉴를 하나하나 알려줘야만 한다”고 답답해하며 “직원도 다른 고객도 응대해야 하고 서빙도 해야 할 텐데, 이렇게 한 테이블에 오래 있게 하니까 마음도 편하지 않고 신경쓰일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A 씨가 방문한 식당과 비슷한 주문 시스템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다른 시각장애인 B 씨는 “요즘은 주문을 본인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카페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주문해야 되는 건 장애인이나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불편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B 씨는 또 “이건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와이파이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주문 시스템이라면 스마트폰이 아닌 사람에게도 어려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녕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정말 그 ‘모두’에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정보통신기기에의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의 편의도 꼭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A 씨가 방문했던 식당은 QR코드를 사진 촬영했을 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면 주문 시스템으로의 접속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가 무제한이거나,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찾아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주문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반대로 그런 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메뉴를 고르는 것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걸리게 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