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는 노래 가사가 있다. 오래전 지금보다 훨씬 어릴 적 들었던 노래라 그냥 어렴풋이 그럴 것 같다는 최소한의 동의를 느꼈었다. 어른들은 어린 우리를 볼 때마다 “참 좋을 때지”라고 습관적으로 말씀하셨지만,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에게 그 말은 아주 어릴 적에도 청소년기에도 청년이 되어가던 때에도 아직 부족한 나이 어린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정도라고 여겨졌다. 조금씩 늙어가고 계신 어르신들이 보기에 젊은 우리의 시간은 좋은 때라고 여기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인정하기에 우리는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어른들처럼 살 수 없었고 배우는 것도 노는 것도 부모님 허락이 필요했다.
서른 살쯤 되었을 때 선배들은 “30대는 정말 좋은 시기야”라고 말했지만, 그때도 그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20대 후배들을 생각하면 젊지 않은 것 같고 40대 선배들을 생각하면 가진 것이 부족했다. 뭔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과정 중이라고 느꼈다. 100일과 200일 사이에 있는 아기를 키우는 요즘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그때가 제일 좋을 때야.”라는 말을 종종 한다. 아기가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빠 소리도 못 하고 기지도 걷지도 못하는 햇살이의 가장 예쁜 시절이 지금이라는 말은 역시나 큰 동의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 든든하게 장성한 아들이나 똑 부러지고 귀엽게 말하는 꼬마 녀석들의 아빠가 된 친구 녀석들이 하는 말은 언뜻 듣기에 힘든 육아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위로 정도로 느껴진다.
마흔을 훌쩍 넘어가는 요즘 문득문득 어릴 적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철부지 시절은 참 좋은 때였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크게 부담 느끼거나 책임질 일은 없었다. 허락을 구해야만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안전하게 나를 지켜 주는 어른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던 시기이지만 무엇이라도 꿈꿀 수 있어서 좋은 나이였다. 스무 살 때엔 괴로움마저 풋풋했고 서른 살 무렵엔 아스라이 잡힐 듯 말 듯 하는 세상의 오묘한 이치들을 깨닫기 시작하는 덜 익은 어른스러움이 재미났다. 충분히 가진 것은 없었지만 부족하지 않았고 20대만큼 젊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느끼지도 않았다.
내가 엄청나게 오래 산 사람은 아니라 인생 전체의 이치를 논할 수는 없겠지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라는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아가는 중이다. 분명 부족했지만 약간 부족한 듯 느끼는 그때가 나에게 있어 참 좋은 시간이었다. 조금 적은 듯 내어놓는 맛있는 음식들처럼 약간은 부족하고 아쉽다고 느끼던 때에 난 정말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여전히 내게 “참 좋은 때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고 쉽게 “그럼요.”라고 동의하지 못하는 내가 있다. 조금 더 넉넉했으면 좋겠고 조금 더 여유로웠으면 좋겠고 조금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 많은 이들이 나의 지금을 그렇게 말한다면 한 번쯤 그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린 날엔 어린 날대로 젊은 날엔 젊은 날대로 그때가 제일 좋은 때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부족하다고 느낄 때, 어렵다고 느낄 때, 아쉽다고 느낄 때 그때가 참 좋은 날일 수 있다. 지금은 참 좋은 때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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