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법안=성중립 화장실? 기독교계 억지에 “법안 후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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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을 설계할 때 장애인, 고령자 등 누구나 표를 구매할 수 있는 키오스크와 비를 맞지 않게 지붕까지 설치하도록 강조하는 장면 /사진=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A88E4DH2asQ) 갭처
▲버스 정류장을 설계할 때 장애인, 고령자 등 누구나 표를 구매할 수 있는 키오스크와 비를 맞지 않게 지붕까지 설치하도록 강조하는 장면 /사진=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A88E4DH2asQ) 갭처

  • 일부 교계·국민일보, 동성결혼 촉진 주장하며 법안 철회 촉구
  • 성별 무관을 성중립논리로 확장반헌법적·반시대적 발상
  • 대선·지선서 좌표찍기” “차별금지법 반대선전포고용 해석도

[더인디고] 최근 ‘유니버설디자인 기본법안(이하 범용디자인법)’이 발의되자 일부 기독교계와 관련 언론 등이 연일 비판을 가하고 있어, 인권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범용디자인법’이 제정되면, “성중립 화장실이 생긴다, 동성결혼으로 이어진다”며, 해당 법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상임대표 김철영 목사, 정책위원장 권순철 변호사, 이하 기공협)은 4일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이 제정되면 성별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중의 하나가 성중립 화장실”이라고 전제한 뒤, “이는 여성의 안전권을 침해하고, 아동·청소년들을 유해시설에 노출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동성결혼과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만큼, 반드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기본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또는 장애의 유무 등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개조 또는 특별한 디자인을 할 필요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사회 및 생활환경 등을 말한다. 접근성, 포괄성, 사용 용이성, 안전성, 지속가능성, 사회적 통합성을 원칙으로도 명시했다.

굳이 ‘화장실’을 예로 들자면, 공중화장실에 안내표지판을 만들더라도 언어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이나 영유아, 외국인 등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만 아니라 유아차를 동반한 부모, 캐리어를 끄는 여행객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면 더 좋다는 의미다.

덧붙이면, 범용디자인법안은 공공재뿐 아니라 민간시설 역시, 누구나, 어려움 없이, 접근하고 사용하고 이용하자는 의미다. 국가나 지자체는 이러한 포용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권장하고, 정책을 통해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법안 자체는 물론 실제 이행 과정에서 이를 ‘성중립 화장실’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공중화장실법(제7조➀)’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은 남녀화장실로 구분하도록 되어 있다. 범용디자인법이 제정되더라도, 공중화장실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법안 철회를 주장하는 측에서 “성별 무관”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채용 과정에서 이를 사용한 정부나 기업은 ‘성중립 정부’ ‘성중립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로도 연결된다.

또한 반차별을 내세운 ‘UN장애인권리협약(2008년 대한민국 비준)’은 물론이고, 이동과 물리적 편의 등을 보장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공공디자인진흥법’, 그리고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의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조례는 일찌감치 존재하기 어려운 법령이다. 심지어 1948년 제정 헌법(제8조)에서도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음을 명문화했다.

그런데도 국민일보까지 ‘기사화(성중립 화장실 합법화 수순?… 유니버설디자인 법안 논란, ’25.2.5. 유경진 기자)’하여 법안 철회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한 성공회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을 사례로 들며, “유니버설디자인법은 ‘창조질서 위배(신효성 명지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객원교수)’와 ‘범죄발생 가능성(이용희 가천대 교수)’이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번 한 건의 기사가 아니다. 국민일보 유경진 기자는 지난해에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알고보니 성중립 화장실?(’24.3.20.)’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당시는 법이 아닌 조례를 문제 삼았을 뿐, 기사 취지나 신효성 교수의 인용 내용은 매우 흡사하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반대 측에선 대꾸할 가치도 없는 비논리적인 데다, 정치적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다.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는 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을 악법이라며, 국회입법예고 시스템으로 링크로 연결해 반대의견을 개진토록 유도하는 게시글의 한 장며 /사진=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캡처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는 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을 악법이라며, 국회입법예고 시스템으로 링크로 연결해 반대의견을 개진토록 유도하는 게시글의 한 장면 /사진=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캡처

전직 국회 보좌관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를 공유하며, “일종의 민주당 입법 등에 대한 ‘좌표 찍기’ 아니냐”고 말했다. 해당 내용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세이브 코리아’ 이름으로 “민주당이 싸놓은 악법들”이라며,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를 부탁한다”는 게시글이다.

말이 ‘민주당 입법’이지 해당 내용을 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게시글을 살펴보면, 유니버설디자인법(국민의힘 최보윤의원 등 11명)은 ‘성중립 화장실(남자, 여자, 트렌스젠더) 만드는 법안’이라며, 국회입법예고 사이트를 연결, 반대 의견을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심지어 같은 사이트 ‘국민의힘 갤러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과 함께 “입법 반대를 하더라도 의안 정보는 읽어보고 반대하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김태현 장애인사회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이 ‘접근권은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생활편의시설 접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조차 무시한 처사”라며 “최근 탄핵 반대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종교계의 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등을 부정하는 초헌법적 태도와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기독교장로회 소속의 한 중진 목사는 “기공협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온 보수 기독교계의 일부로 추측이 된다”며 “결국, 다가오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와 같다”고 우려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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