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니버설디자인법, 장애인에게 더욱 필요한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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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과 계단 ©unsplash
▲둘레길과 계단 ©unsplash

자신들의 입장을 위해 또 다른 희생자를 양산하지 말아야 한다

▲이정훈 에큐메니안 편집장
▲이정훈 에큐메니안 편집장

[더인디고] 최근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기본법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일부 단체는 이 법안이 성중립화장실을 의무화하고 동성결혼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의 본질은 성 정체성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안이다.

오른쪽 다리에 보조기와 양쪽 목발 그리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내온 나의 삶에서 계단 하나, 좁은 문 하나는 삶의 기회를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도심의 새로운 건물들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지 모르지만,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많은 장애인들이 여전히 기본적인 활동과 이동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

법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유니버설디자인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특별한 조치’ 없이도 누구나 이용 가능한 환경을 만들자는 개념이다. 이는 기존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가진 한계, 즉 ‘특별한 누군가’를 위한 시혜적 접근을 넘어서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법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기존 법률이 주로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어 오래된 건물과 시설은 여전히 접근이 어렵다. 둘째, 현행법은 최소한의 기준만 규정하여 실질적인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셋째, 농어촌과 지방 소도시는 여전히 관련 시설이 부족하다. 유니버설디자인법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을 제시한다.

도시 외곽과 농어촌 지역에서 이 법안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런 지역에서는 오래된 건물이 많고,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이 현저히 낮아 장애인들의 일상생활과 사회참여가 심각하게 제한된다. 고향인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이동권을 제한받는 경험을 한다.

법안 제4조에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으로 ‘접근성 보장, 다양한 사용자 포괄성, 사용 용이성, 안전성, 사회 통합성, 지속가능성’이 명시되어 있다. 이 중 사회 통합성은 ‘사용자의 사회적 배제를 방지하고 동등한 사회 참여를 증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에게 이것은 시혜가 아닌 권리의 문제다.

일부 단체는 이 법안을 성 정체성 문제와 연결시키지만, 이는 법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법의 진정한 목적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은 성중립화장실이나 동성결혼과 같은 논쟁적 사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만약 이 법안이 이러한 왜곡된 주장으로 인해 폐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계단 하나 오르지 못해 의료서비스를 포기해야 하는 노인들, 좁은 통로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놓치는 장애학생들, 접근 가능한 화장실이 없어 외출을 포기해야 하는 장애인들이 계속해서 소외될 것이다.

특히 법안 제5조에 명시된 적용 범위를 보면, 이 법안이 우리 삶 전반에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이동 및 교통, 공간 및 시설의 접근·이용,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 기기 등을 포함한 제품, 공공행정서비스의 이용, 재해·재난·사고 등 상황에서의 안전 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장애인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직결된 영역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원한다면, 이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법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데올로기적 논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에 갈 수 있었던 날, 처음으로 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었던 날, 처음으로 도심공원을 산책할 수 있었던 날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나의 존엄과 자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니버설디자인법은 이러한 기회와 존엄을 모든 이에게 확대하려는 시도다. 이 법안을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는 법안의 진정한 목적, 즉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특정 집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권리를 확장하는 일이다.

어떤 이데올로기적 입장에서든,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과 접근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법은 바로 이 공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중요한 걸음이 왜곡된 논쟁 속에서 좌초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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