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으로만 하는 활동지원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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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 현장실습일지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서 이론 40시간을 이수하면 활동지원사 자격을 갖추기까지 실습 10시간만 남는다. 그런데 실습은 활동지원사를 준비하는 이가 원하는 유형(가사활동지원이나 신체활동지원, 또는 사회활동지원)과 상관없이 배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습을 했다’는 성취감을 주지 못할 만큼 시간 채우기용으로 인식되는 문제가 있다. ©박관찬 기자
  • 사회활동지원 하고 싶어도 실습은 가사활동지원 배정되기도
  • 그냥 10시간 채우기만 하는 목적인 것 같아 실효성 의문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인 활동지원제도. 여기에서 활동지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양성과정에서 이론 40시간(전문과정은 32시간)을 이수하고, 실습 10시간을 완료해야 활동지원사로서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이론과정에서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활동지원사로서 갖추어야 할 내용들을 배우고, 이론 과정을 이수한 뒤에는 실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가 있는 현장에서 실습을 하게 된다. 활동지원사를 준비하는 이에게는 이론과 실습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특히 현행 실습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실정이다.

저는 사회활동지원을 할 예정인데요.”

활동지원사를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서 이론과정을 이수한 후, 거주하는 곳에서 가까운 장애인복지관에 실습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복지관에서 배정해 준 실습에 대한 개요를 본 A 씨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A 씨는 실습을 신청할 때 ‘사회활동지원’을 주로 하는 활동지원사를 염두에 두고 있으니 관련하여 실습을 배정해달라고 했는데, 장애인복지관에서 배정해준 실습 장소는 ‘가정’이었던 것이다.

A 씨는 “담당자에게 사회활동지원 쪽으로 실습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당장 그런 쪽으로 실습이 가능한 게 없다고 하더라”면서 “가사활동지원의 경우에도 장애인 이용자 분이 실습하러 오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배정하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결과적으로 두 곳의 집을 방문해서 5시간씩 실습을 진행했던 실습은 솔직히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그냥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하는 일을 조금 도와드리는 것 외엔 냉정하게 보면 ‘실습’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

역시 활동지원사를 준비하고 있는 B 씨는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서 이론을 이수한 뒤, 실습만 남겨 두게 되었다. 실습할 곳을 알아보던 B 씨는 먼저 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의 소개를 받게 되었다. 지인이 활동지원사로 등록한 기관은 담당자에게 이야기하면 10시간의 실습 중 5시간은 지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받고, 나머지 5시간은 기관에서 배정해 주는 곳에서 실습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마침 B 씨가 생각하고 있던 활동지원사로서의 업무가 지인이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활동지원과 같은 영역이었기 때문에 실습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B 씨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인이 소개해 준 기관의 코디네이터는 그렇게 지인끼리 실습을 매칭할 수 없다고 했다. 당황한 B 씨가 지인으로부터 예전에는 그게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코디네이터는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 된다고 했다.

B 씨는 “무슨 기준으로 예전에는 됐고 지금은 안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하며 “결국 기관에서 배정해 준 곳에서 10시간의 실습을 했는데, 정말 10시간 동안 내가 뭘 했나 싶을 만큼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B 씨는 또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서 이론을 배웠다면, 실습은 이론을 적용해 보며 활동지원사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배워보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그런데도 본인이 활동하고 싶은 영역과 전혀 무관한 영역으로 실습이 배정되기도 하고, 배정되더라도 제대로 된 실습의 의미도 없는 것 같아 그냥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코디네이터는 “활동지원사를 희망하는 분이 원하는 영역으로 실습을 배정해 드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이용자들 중에는 집을 오픈해서 모르는 사람을 들이기가 신경 쓰이고, 사회활동지원이더라도 이미 활동지원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과정을 (실습이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보이길 꺼려하는 분도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관에서도 가능한 빠르게 실습을 배정해 드려서 활동지원사로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배정해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제도(활동지원제도)가 전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실습에 대한 아쉬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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