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첼로 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은 지 3년이 되어간다. 선생님 덕분에 그동안 수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이전과 비교해 첼로 연주 실력도 발전했음을 확실히 체감하며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첼로 선생님의 생일을 마음 가득 담아 한번쯤은 축하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레슨을 위해 대관하는 연습실은 음식물반입금지라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필수품인 케이크를 준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박관찬스토리센터를 창업하면서 사무실을 오픈한 덕분에 드디어 올해는 첼로 선생님의 생일을 직접 축하해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서프라이즈로.
선생님의 생일이 있는 주간에 잡힌 레슨날, 기자는 레슨 1시간 전에 미리봐둔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왔다. 사무실에 가져온 케이크를 탕비실의 구석진 공간에 숨겼다.
선생님께 서프라이즈를 해드리는 과정에서 기자가 가장 걱정하고 자신없어했던 건 ‘초에 불 붙이기’였다.
케이크를 살 때 “초 하나 주세요”라고 말해서 초 하나와 불을 붙일 수 있는 심지를 받았다. 그런데 성냥으로 불을 붙일 부분이 상당히 작아서 기자의 저시력으로 정확하게 맞춰서 긋기가 어렵다.
또 어렵사리 성냥에 불을 붙인다고 해도 그 불을 초의 가느다란 모서리 부분에 정확하게 옮겨 붙이기도 너무너무 어렵다. 그래서 초를 케이크에 꽂아놓고 불을 옮기지 않고 초를 손으로 든 채 불을 옮긴 후 케이크에 꽂기로 했다.
드디어 레슨 시간, 사무실에 도착하신 선생님께 첼로의 튜닝(음정 조율)을 부탁한 뒤 “잠깐만요”라고 하고 탕비실로 갔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케이크를 꺼낸 뒤, 성냥으로 아주 자그마한 네모 부분을 쓱 그었다. 서프라이즈가 성공할 운명인지, 정말 다행히 한 번만에 불이 붙었다. 이제 초에 옮기기만 하면 성공이다.
그런데 너무 긴장했는지, 불을 옮겨받을 초를 든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갔나보다. 초에 불을 옮겨받았는데 너무 힘을 줘서 그런지 케이크에 꽂아야 되는 초가 힘없이 두 동강이 났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두 동강 난 초를 그대로 케이크에 꽂았다. 불이 살아있었으니까 이대로 선생님께 케이크를 가져가면 그래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케이크를 들고 조심조심 선생님이 첼로 튜닝을 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서프라이즈라는 건 참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 선생님한테 도착하니까 초에 있던 불이 꺼져버렸던 것이다. 선생님 생일이니까 선생님이 초를 불어서 꺼야 되는데, 사무실의 히터 바람이 불을 꺼버렸나보다.
결국 꺼진 초 하나를 케이크에 덩그러니 꽂아둔 채 선생님께 ‘생일 축하 합니다’를 첼로로 연주해드리는 걸로 마무리했다. 기자가 완벽주의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초에 불이라도 켜져 있으면 생일 분위기도 나고 연주하는 동안 불이 켜져 있는 케이크랑도 잘 어울렸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초에 불을 붙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성냥을 그을 심지가 워낙 작기도 하고 성냥에 불이 붙었는지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냥의 타는 듯한 냄새나 열기 등으로 느껴야 하는 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
또 초에 불을 붙여야 하는 부분도 상당히 가늘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꼭 직접 초에 불을 붙여야 하는 경우에는 케이크처럼 어디에 꽂아 둔 뒤 불을 붙이기보다 초를 직접 들고 불을 붙이는 게 좀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그땐 꼭 성공해내고 싶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