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 활동지원사를 만나는 날엔 사무실 주변의 식당들을 찾아다닌다. 어디가 맛집인지 찾아내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시청각장애가 있는 기자가 ‘혼자’ 방문해서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인 곳을 찾는 게 두 번째 이유이다.
그날도 활동지원사와 새로운 식당을 방문했다. 메뉴가 엄청나게 많아서 흥미로웠지만, 주문을 키오스크로만 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문을 한 뒤 활동지원사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문득 활동지원사가 기자의 손바닥에 뭔가를 적어줬다.
“여기 지금 혼돈의 도가니에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식사를 하다말고 눈을 동그랗게 뜬 기자에게 활동지원사가 식당의 분위기를 설명해줬다.
사람들이 키오스크로 주문한 음식이 준비될 때마다 서빙하는 직원이 음식을 직접 전달하는데, 접수한 번호나 테이블의 위치(또는 번호) 등으로 확인하지 않고 오로지 ‘메뉴’로만 확인하고 있단다. 그것도 직원이 메뉴의 정확한 이름이 아니라 생략해서 부르는 바람에 메뉴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왕돈가스가 다 준비되었는데, 직원은 왕돈가스를 주문한 사람을 찾기 위해 “왕돈가스 주문하신 분 누구신가요?”라고 말하지 않고 “왕~ 왕~”이라고 말한단다. 그렇게 말하면서 왕돈가스를 들고 좁은 식당 안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자기가 주문한 메뉴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활동지원사가 전해주는 식당의 상황에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너무 웃음이 나왔다. 그 상황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보고 듣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손에 글로 적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리얼하게 상황을 전달해주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비효율적인 식당의 주문 시스템이 많이 아쉬웠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면 영수증에 찍히는 주문번호나 순서로도 충분히 어떤 메뉴가 준비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과 준비된 음식을 서빙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그들 간에는 그냥 ‘메뉴명’으로만 소통이 된다. 어차하면 같은 메뉴를 주문한 사람들에게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음식을 서빙하는 역할만 하는 직원과 키오스크가 따로 있는 게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키오스크보다 직원이 주문과 결제, 서빙을 담당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주문을 받으면서 주문한 사람의 인상착의와 자리한 위치, 메뉴 등을 직원이 기억하고 준비된 메뉴를 잘 서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시청각장애가 있는 기자도 충분히 혼자서 주문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키오스크로 주문도 어렵고, 어쩌다 주문을 하더라도 직원이 “왕~ 왕~”이라고 메뉴를 줄여서 부르는 소리도 못 들으니까, 이 식당은 혼자 방문하기는 어려운 곳으로 기록해야겠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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