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토리노 스페셜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백 선수
- 스페셜올림픽은 금메달 따도 연급이 지급 안 돼
- 운동이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 관심과 지원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4월 2일은 ‘세계 자폐인의 날’이다. 이날을 전후로 발달장애에 대해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더인디고는 세계 자폐인의 날을 기념하여 현지 시각으로 지난 3월 8일 개막하여 15일까지 열렸던 전 세계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대축제, ‘2025년 토리노 스페셜올림픽 세계동계대회’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정지백 선수를 만났다. 정지백 선수의 이야기를 어머니 김영옥 씨가 들려줬다.
에너지가 넘쳤던 아이, 이젠 국가대표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수현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정지백 군은 어렸을 때부터 ‘날쌘돌이’라 불릴 정도로 달리는 속도가 빠른 아이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자폐의 특징이 뭔가 본인의 에너지가 해결이 안 되면 감각적으로 조금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생활과 단체생활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스케이트나 인라인 같은 운동을 하면 에너지도 많이 소모되고 감각적으로 균형이 생겨서 몸이 힘든 것도 덜하고 학교생활도 조금 가능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말에 인라인으로 먼저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인라인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스케이트도 시작하면 좋겠다고 해서 스케이트도 하게 됐어요.”
그렇게 국가대표가 되어 정지백 선수가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한 쇼트트랙은 비장애인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강세를 드러내는 종목이다.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스페셜올림픽에서 빙상 쪽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지금 운동하는 게 앞으로 직업과 연관이 되면 너무나 좋은데, 빙상 쪽은 패럴림픽 종목이 아니다보니 비인기 종목이 되면서 직업과 연결되기가 많이 어렵더라고요.”
그럼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건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분명 크게 축하할 일이다. 당장 금메달 획득에 대한 연금을 짐작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금메달리스트’ 정지백 선수에게는 연금이 없단다.
보통 쇼트트랙의 경우 계주가 아닌 개인 종목은 각 종목마다 금메달을 한 명이 받는다. 그런데 스페셜올림픽은 디비저닝(Divisioning)이라고 해서 기록이 비슷한 선수들끼리 5개 조로 나뉘어 경기를 하고, 각 조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금메달을 준다. 즉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받는 선수가 다섯 명이 나오는 것이다. 금메달을 땄는데도 연금이 주어지지 않는 건 이런 ‘규칙’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고 김영옥 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연금 금액을 떠나서 우리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자립해서 직업을 가지고 그러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직업을 갖는다고 해도 장시간 일이 어렵고요. 그래서 500m에서 다섯 명이 금메달을 땄다 그러면 연금이 아니더라도 아주 소정의 금액이 꾸준히 지급되면 좋겠고, 프로필에 반영해서 고등학교 진학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조금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가치’,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운동하면서 그 장애에 맞춘 ‘환경’ 등을 고려한다면 연금이 없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또 대한민국이 비장애인 동계올림픽에서 경쟁력을 갖춘 종목이라면 스페셜올림픽과 뭔가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장애인이 참여’해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사실이 씁쓸해진다.
“사실 나갈 수 있는 대회도 그리 많지는 않아요. 각 시나 도에서 1년에 한 번씩 열어주는 장애인대회,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하는 어울림대회. 이런 게 1년에 많게는 3개 정도 있고요. 그리고 가장 큰 대회인 전국장애인동계체전이 있어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빙상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채택되는 종목으로 많이 가니까 동계체전에서 메달을 딴다 해도 딱히 혜택이 없고 그만큼 환경이 많이 열악해요.”
스페셜올림픽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정지백 선수가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이탈리아에서 귀국했던 지난 3월 24일, 인천국제공항에는 수많은 언론사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 중 ‘금메달리스트’ 정지백 선수를 취재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은 정지백 선수가 타고온 비행기 다음으로 입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비행기에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예선을 위해 입국하는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 선수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희 쪽에는 스페셜올림픽과 관련 있는 여행사 측에서 피켓을 들고 오셨어요. 그리고 임원이나 스태프들, 지백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의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와주셨어요. 언론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데 귀국장에 도착했을 때 언론사에서 엄청 많이 와 있길래 뭐야 막 이랬는데, 알고 보니 뒤에 손흥민 선수가 탄 비행기가 입국한다더라고요(웃음).”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이 다섯 명 나왔다고 해도 금메달은 금메달이다. 그것도 국내선수들과의 경기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이뤄낸 쾌거다. 뿐만 아니라 정지백 선수는 이번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중 최연소 선수라고 한다. 분명히 축하할 일이고 국가적인 경사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탓에 금의환향이 되어야 했던 귀국길에서 어떤 언론사로부터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연금 외에 또 되게 아쉬운 게 대관이에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비장애인이 안 오는 시간에 스케이트를 타야 되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타야 하는 시스템이에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위해 따로 대관을 해주지 않더라구요. 대관비도 엄청 비싸고. 그래서 지백이는 화성시에 사는데도 화성시에 있는 UNI라는 빙상장에 다닐 수가 없어요. 가르쳐주시는 코치님도 없을 뿐더러 장애인을 위한 대관 시간도 따로 없거든요. 그래서 안양까지 가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연금과 대관은 운동하는 선수, 더 나아가 국가대표이면서 금메달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냈다면 어느 정도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정지백 선수는 전혀 받지 못했다. 심지어 김영옥 씨는 스페셜올림픽이나 장애인이 운동하기 위한 정보 등이 국내에 많이 부족해서 거의 다 본인이 직접 찾아봐야 했단다.
“우리 발달장애인 친구들 중에 운동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마음껏 운동하며 경쟁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또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실업팀을 국가나 시나 도 차원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든요. 그래서 직업적으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선수들도 성취감과 자존감을 느끼며 운동할 수 있게 스페셜올림픽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정지백 선수 같은 금메달리스트가 많이 나올 거라 믿어요.”
정지백 선수에게 금메달 딴 거 축하한다고 말하자 “저 금 땄어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뿌듯해했다. 국제대회를 통해 이룬 성취는 분명 선수 본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정지백 선수를 비롯한 운동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국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이뤄지길, 세계 자폐인의 날을 통해 더욱 알려지길 기대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가지님의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발달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된 생활이 가능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지님 -> 기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