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일, 세계장애정상회의(GDS) 하루 앞두고 시민사회포럼 개최
- 각국서 모인 장애시민들 “과감한 재정투자 없이 권리 없다”
- 정부와 국제기구 향해 후속 조치 등 12개 요구 담아
[더인디고] 국제사회가 UN 장애인권리협약(CRPD)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을 채택하며 장애포괄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행은 형식적인 데다 국제기금조차 줄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전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채 권리조차 위협받는 상황에서, 재정투자 없이는 협약의 이행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민사회포럼’ 참가자들은 이같은 국제사회 흐름에 공감하며, 특히, 분쟁과 기후변화, 팬데믹 등 국제 위기 속에서 각국 정부가 더욱 담대하고 포괄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 등을 담은 ‘시민사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시민사회포럼은 ‘제3차 세계장애정상회의(GDS)’에 앞서, 장애인단체와 국제개발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및 정부, 국제기구 관계자 등 약 500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전 세계 장애시민 등은 ▲장애포괄 인도주의 행동 ▲장애아동·청년 ▲장애여성과 소녀 ▲장애 관련 재원조달과 예산편성 등 4가지 주제를 놓고 열띤 논의를 펼쳤다.
논의에선 ‘국제적 위기’, ‘시민사회의 공간(역할) 확장’과 ‘연대’, ‘결정 권한이 있는, 의미있는 참여’, ‘정부의 명확한 책임’과 ‘장애인단체의 역할 분배’ 및 ‘모니터링’ ‘ODA 기금 등 국가 재원 확대’ 등이 주요하게 등장했다. 반복되는 주장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과제다.

배경엔 전 세계 15억 장애인구의 80%가 개발도상국에서 살고 있으며, 약 70개국 4600만명은 분쟁 등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CRPD 비준에도 장애인은 차별과 시설화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으며, 보건, 교육, 고용 등 전 영역에서도 배제된 채 능력주의(ableism)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아동, 청소년 및 여성들은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도 제기됐다. 특히,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도 국제개발원조 기금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자, 시민사회 위기의식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시민들은 더 이상 수요자가 아닌, 모든 국제정책의 참여자이자 역할자로서, ‘공간확장’을 촉구했다. 국제개발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며, 정부–시민사회 책임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U 청년위원회 부대표이자 자폐스펙트럼 당사자인 안젤리나(Angelina Gustenhoff, 여성, 덴마크) 청년은 “장애인단체의 역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장애청년들도 편안하게 참여하며 자신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며 “다만, 역할을 맡았는데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참여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GDS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구조, 혹은 정치 공간에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동안 참여할 수 없었던 구조에선 더욱 중요한 문제”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좋지만, 어느새 정부나 국제 원조기구 등과 친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정상회의(2.14~15)’에서 나온 ‘15%를 위한 15%’, 즉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국제개발 프로그램의 최소 15%는 장애포괄적이어야 한다는 목표도 재차 강조했다.
개발도상국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장애인 역량강화도 논의에 올랐다. 재난 등 위기 상황에서 국제지원을 하더라도 사전 훈련과 전략 혹은 자국 내 전달체계 등이 부재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제적으로 예산편성 등이 축소되자 자원(기금)개발 역시 참가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호세 마리아 비에라(José Maria Viera) 국제장애연합 사무국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는 현재 유일하게 존재하는 ‘글로벌장애기금(GDF, 유엔과 일부 정부 등이 장애인권리 증진을 위해 2011년 만든 국제기금)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과 “국가 차원에서도 장애인 예산을 별도 요청하기보다는 각 부처 내 이슈를 파악, CRPD 관점 등에서 장애인 예산을 확보하는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급자(정부, 기업 등) 중심 프로젝트가 아닌, 단체들이 원하는 우선 순위나 이슈 중심의 예산을 발굴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민사회포럼에서 채택된 결의문은, 정부가 서명하는 ‘GDS 2025 결의문’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만큼 향후 장애인단체는 양 결의문을 국가적, 국제적 수준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이행을 촉구할지, 실제 정부는 이를 얼마나 이행할지 등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민사회는 결의문에서 각국 정부, 기부자, 국제기구 등을 향해 ▲기존의 장애포용 성과를 보호(존중)하고, CRPD와 유엔 원주민 권리선언(UNDRIP)에 기반한 강력한 인권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약속을 이행할 것, ▲(3일 채택될) ‘암만-베를린 결의문’의 이행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내놓을 것, ▲결의문에 따른 장애인단체 중심의 모니터링, ▲장애포괄적 재정지원 확대와 지원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것 ▲장애인단체를 국제협력 파트너로 격상, 정책 형성과 모니터링 등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장애포용적 정책이 단순한 목표가 아닌 기본적 권리임을 인식하고, 국제협력에서 (장애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권력 구조를 재구성할 것 등 12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1일 시민사회포럼 토론 내용과 결의문 전문 등 자세한 내용은 세계장애정상회의 홈페이지(https://www.globaldisabilitysummit.org/civil-society-forum/)와 유튜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선 코이카를 비롯해 RI KOREA,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엔젤스헤이븐, 밀알복지재단, 콘텐츠다 등 ‘국제개발연대 장애분과(DiDAK)’ 회원단체들이 시민사회포럼을 시작으로 ‘2025 세계장애정상회의(4.2~3)’에 참가하고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 관련 기사
‘세계장애정상회의’ 베를린서 개최… 장애계, 국제활동 분야 넓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