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최병호 집필위원]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내 짝으로 영재로 인정받은 한 친구를 정해주었다. 너무 뛰어난 소년과 장애 가진 소년이 어색한 조합 같아도 평균 수치를 벗어난 튀는 존재라는 점에서 통했다. 평범한 다수의 시선과 상식에 들어맞지 않은 우리는 물과 기름처럼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바깥으로 밀려난 처지였다.
처음에는 워낙 다르고 그만큼 많은 걸 몰라서 짜증을 자주 냈다. 짝으로 지내면서 주변 분위기가 결코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뼈아프게 실감했다. 나야 전부터 놀림과 혐오의 대상이 돼봐서 면역이 생겼지만, 그가 겪는 소외와 차별을 지켜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평균이라는 일방적 기준이 숨 막히는 강요로 괴롭히고 있었다.
사회적 불평등과 타의에 의해 맺어졌음에도 나의 연약함과 그의 천재성이란 큰 차이를 뛰어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사이로 친해졌다. 각자의 자기중심성과 이기심에서 벗어나는 게 힘들었지만,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아의 좁은 영역을 깨고 공존의 넓은 지평으로 한 뼘씩 마음을 허락하는 유익을 맛보게 되었다.
더 자란 중학생 시기에는 학생들 간에 조율과 합의로 매주 짝을 자유롭게 정했다. 연속해서 친한 친구와 같이 앉는 일만 금했는데, 여러 친구와 두루두루 어울릴 기회를 주는 포용적인 교육 방침 같았다. 여느 때처럼 월요일에 새로운 학생과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다음날에 예상 밖으로 다른 아이가 있어서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까 먼저 짝이 된 애가 그녀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부탁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타의로 정해진 일에 기분이 나빠졌다. 날 피한 아이와 동조한 아이 둘 다 무척 괘씸했다. 주동자에게 따지기도 구차해서 괜히 나중에 온 애를 향해 심술을 몇 번 부렸고, 그녀가 무슨 죄인가 싶어서 바보처럼 사과하고 어색해지길 반복했다.
대놓고 괴롭히던 초등생에서 교묘히 밀어내는 중학생으로 진화된 차별 방식이었다. 따지면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못난 짓 같고 참으면 자존심 없는 멍청이로 취급받는 딜레마 앞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더욱이 영화 기생충처럼 갑에게는 감히 어쩌지 못하고 만만한 을과 을의 싸움으로 살아남으려는 비굴한 이들과 다르지 않아 수치스러웠다.
신체가 건강하지 못한 남학생과 외모가 빼어나지 못한 여학생을 기피했다는 삐뚤어진 짐작에 화가 치밀었다. 차별하는 게 잘못이라는 걸 누구보다 정확히 알면서도 다른 이유로 차별당하는 이와 함께 지내는 일이 불쾌했다. 그와 잘 어울려서 유대를 강화하는 노력이 연대를 넓히고 영향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걸 그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서 난치병 환자이자 중증장애인으로 겪어온 일상을 나누면서 내 상태와 형편에 우물 안 개구리로 갇히지 않고, 다른 형태의 혐오와 배제에 놓인 이들을 살피고 응원하는 마음을 내는 건 학창 시절에 짝으로 만났던 동급생들 덕분이다. 차별은 본질적으로 통하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명제는 그렇게 옹졸한 관점을 부수고 관용적 신념을 빚으면서 존재와 영혼의 일부가 되었다.
마주한 현재에 누군가가 당하고 있는 억압과 혐오를 외면한다면 당도할 미래에는 차별과 배제가 치명적 바이러스처럼 전염돼서 일상적 비상계엄 가운데 하루하루 생존을 처참하게 이어가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 파국적 사태에 틈을 벌리고 생명과 평화의 싹을 틔우며 손에 손잡는 우리이길 염원한다. 오늘도 진솔한 역할과 사유로 힘을 보탠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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