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멘토 마인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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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영향력 책 겉표지
“어른의 영향력”에 나오는 멘토 마인드셋 사례 중 스태선 천체물리학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댄에게 높은 기준과 높은 지원을 제공하여 그의 능력을 이끌어냈다. ©박관찬 기자
  •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충당하는 높은 지원도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어른의 영향력(데이비드 예거, 주식회사 어크로출판그룹)은 어른이 청소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 ‘강요자 마인드셋’은 어른이 청소년에게 높은 기준만 제시하고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고, ‘보호자 마인드셋’은 청소년을 지원하면서도 높은 기준이나 기대치를 내세우지 않는다. 반면 저자가 책에서 자주 강조하는 ‘멘토 마인드셋’은 어른이 청소년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에 걸맞는 높은 지원도 제공하는 유형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다양한 연구를 하면서 경험했던 좋은 멘토 마인드셋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스태선 천체물리학 교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스태선 교수는 그의 연구실에 있는 댄에게 멘토 마인드셋을 적용하여 그가 천체물리학계에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냈다. 댄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천체물리학자다.

댄은 일을 하다가 자제심을 잃게 되면 노트북을 내던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새로 노트북을 사야 했고, 주변에서는 댄의 앞으로의 연구 활동 지속성에 대해 걱정했다. 책의 저자도 다른 교수였다면 댄을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채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스태선 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댄과 계속 동행했다.

댄이 세 번째로 노트북을 박살냈을 때, 스태선 교수는 우주의 어느 곳까지 가져가서 떨어뜨려도 절대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노트북을 댄에게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매주 진행하는 연구 회의에서도 댄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고려하여 그가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덕분에 댄은 그가 좋아하는 천체물리학을 계속 연구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천체물리학계에 공헌하고 있다.

스태선의 연구실에는 댄 외에도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연구원이 있고, 그들 모두 스태선으로부터 멘토 마인드셋을 적용받고 있다.

스태선 교수의 멘토 마인드셋 사례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나 배려를 주기보다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높은 기준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의 기준에서 최대치의 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높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4월 2일 세계자폐인의 날을 기념하여 스페셜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백 선수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정지백 선수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발달장애인이 출전하는 스페셜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멘토 마인드셋’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깊게 느꼈다.

쇼트트랙의 경우 부정출발을 한 번 정도는 봐줄 수 있어도 두세 번 반복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중에 아무리 스케이트를 잘 타고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선수들과 출발선에 같이 서서 출발신호에 맞춰 경기를 시작하는 ‘규칙’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멘토 마인드셋을 적용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규칙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그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출발신호나 경기 시작의 방법을 변경하면 ‘높은 기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높은 지원’을 받은 발달장애인 선수는 마음껏 자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대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출전하는 스페셜올림픽이라면 충분히 멘토 마인드셋을 적용하여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좋은 기준을 제시받고 왜 그런 기준을 부여받았는지를 충분히 설명받으며, 그 기준을 실행할 수 있도록 높은 지원을 받는다면 최선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는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 ‘강요자 마인드셋’이 아닌,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애특성과 유형에 맞는 편의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높은 기준이나 제도라는 것만 만들어 놓았을 뿐, 장애인이 그 제도를 활용하거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지원은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도 멘토 마인드셋 적용이 꼭 이뤄져야 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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