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뜻, 고공에서 살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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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농성 현장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농성 현장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탈시설은 신앙의 본질”… 천주교 신자 1천 명 서명 진행

[더인디고] 지난 4월 18일 성금요일,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박초현, 민푸름, 이학인 세 명의 장애인 인권 활동가가 올랐다. 한국 천주교의 탈시설 외면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번 고공 농성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리는 날에 맞춰,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신 예수의 길을 따르겠다는 뜻에서 기획됐다.

그리고 사흘 뒤인 4월 21일,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2일 추모 성명을 발표하며, 교황이 생전에 남긴 “장애인은 숨겨진 망명자이며, 버려지는 문화는 죽음의 문화”라는 경고는 지금 이 땅에서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말이 제도와 법으로 실현되기 전까지는 결코 종탑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교회의 회개와 탈시설 실천을 강력히 촉구했다.

농성 중인 활동가들은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일부 성직자들이 거주시설을 옹호하며 ‘탈시설은 위험하다’, ‘전체주의적이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장애인의 자립과 선택,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탈시설 운동은 오히려 가톨릭 교리가 강조하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존엄하게 창조되었다’는 근본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뜻에 연대하는 천주교 신자들도 “탈시설은 신앙의 본질”이라며 교회의 회개와 실천을 호소하고 있다. 전장연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천주교 신자 1천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며, 혜화동 본당에서는 이규식 활동가가 종탑 농성에 연대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명을 제안한 김주현 대건안드레아, 신나리 레베카, 김수동 자카리아, 이영숙 요안나 등은 신앙인의 양심으로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끝까지 주님의 이름으로, 그리고 모든 신앙인의 양심으로 탈시설을 외칠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가 죄를 뉘우치고, 주님 앞에 회개하며 탈시설 운동에 나설 때까지, 장애인의 자립권이 이 땅에서 부활할 때까지, 종탑 위의 동지들이 무사히 땅을 밟을 때까지,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기도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투쟁.”

한편, 지난 3월 10일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국민동의청원으로 제출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 폐지’ 청원이 3월 31일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혜화동성당 종탑 농성은 이 자립지원법 폐지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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