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출퇴근길에 기차를 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역의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되면 선로로 들어오는 기차의 진동을 느끼곤 한다. 저녁이면 어두운 승강장에서 기차 앞머리의 두 눈에 반짝이는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침에는 오로지 땅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만을 느끼며 기자가 곧 타야 하는 기차가 도착했음을 느끼곤 한다.
기차가 선로를 이탈하지 않고 승객들이 예매한 호차에서 무사히 탈 수 있도록 점점 속도가 느려지면서 마침내 멈추는 그 순간까지 진동은 계속 울린다. 물론 계속 같은 진동이 아니라 점점 그 세기와 크기가 약해지고 줄어든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마침내 멈춘다.
그 기차의 진동을 느끼면서 최근 첼로를 배울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본인이 연주하는 첼로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기 때문에 활로 첼로의 줄을 그을 때 나는 진동에 의존해서 연주한다. 왼손으로 음정을 정확하게 짚는 것도, 오른손으로 잡은 활로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고 줄을 긋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연주하는 곡의 각 음정을 진동으로 정확하게 느끼고자 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클래식처럼 빠르고 여러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곡을 배우게 되면서 마냥 진동에만 의존해서 연주할 수는 없게 되었다. 각 음정마다 진동을 정확하게 느끼면서 연주하다가는 제대로 된 연주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제 ‘구슬이 굴러가듯이’ 연주해야 한다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음정이 이어지면서 쉼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끊기지 않고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포지션 이동에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왼손으로 음정을 짚으면서 포지션 이동을 해야할 때, 왼손을 ‘점프’했다. 첼로의 지판 윗부분에서 왼손을 짚으며 연주하다가 포지션 이동을 위해 왼손을 아래로 이동시켜야 할 때마다 기자는 지판 윗부분에 있던 왼손을 ‘떼고’ 아래로 이동시켜서 음정을 짚었다. 점프한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젠 점프가 아니라 음정을 짚고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순식간에 왼손을 아래로 내려서 지판 아랫부분의 음정을 짚어야 한다고 하셨다. 마치 구슬이 굴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음정이 끊기지 않고 포지션 이동을 해서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프를 하지 않고 미끄러지듯 왼손을 첼로의 줄에 얹은 채 미끄러지면 왼손이 미끄러지는동안 오른손이 잡고 있는 활은 계속 첼로의 줄을 긋고 있다. 즉 왼손이 미끄러지는 그 순간도 계속 연주를 하게 된다. 그럼 포지션 이동을 하는 과정까지 다 소리가 나게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연주의 흐름에 맞춰서 그렇게 왼손을 미끄러지듯이, 순식간에 위아래로 이동시키며 포지션 이동을 하면 기자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오히려 왼손을 점프시켜서 포지션 이동을 하는 게 음정이 끊어지니까 곡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이다.
왼손을 점프하지 않고 미끄러지듯 이동시키며 연주를 하게 되면 솔직히 마음이 아직까지는 편하지 않다. 각 음정의 진동을 정확하게 느끼지 않고 연주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음정을 짚었다’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곡의 흐름에 맞춰 순식간에 왼손을 이동시켰을 때 혹시라도 다른 번지(음정)에 왼손이 가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젠 점프가 아니라 미끄러지듯 포지션 이동을 해야 되는 게 필연적인 절차가 되었다. 클래식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런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레슨 때마다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기자가 듣지 못한다는 것에 연연할 게 아니라, 이젠 실력을 믿고 과감하게 연주해야 할 때가 온 거라 생각한다.
기차도 선로에서 점프하지 않고 선로 위를 미끄러지듯이 자연스럽게 나아간다. 기차에서 나는 진동이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듯이, 이젠 기자의 첼로 연주도 진동과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구슬이 굴러가듯이.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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