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과 장애인

43
5월1일 근로자의날 탁상 달력 사진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한 취지에 장애를 가진 근로자는 충분히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의 날이 가지는 의미는 “근로자의 연대와 단결된 힘을 보이고 노고를 위로하고 사기, 권익, 복지를 향상시키며 근로 의욕을 더욱 높이자는 뜻에서 제정된 기념일”이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다포세대’라 불릴 만큼 취업을 비롯해 많은 것을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근로자의 날이 지니는 취지를 얼마나 ‘기념’할 수 있을까?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겨우 받는 사람들, 취업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계약직을 전전하며 실업급여를 받아 중간중간 쉬거나 여행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명 어디에선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과 성취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이도 있겠지만, 근로 의욕이나 사기를 높여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들 중에 장애를 가진 근로자가 있다.

비장애인 주류사회에서 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법체계에서 이를 보장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는 대한민국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는 기본이며 장애인고용촉진법을 통한 장애인의무고용, 장애인이 취업을 위한 임용시험에 응시하고자 할 때 정당한 편의제공 등 다방면에서 장애인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체계에서 장애를 가진 근로자의 근로 사기를 높여주기는커녕 오히려 비장애인이나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근로자에 비해 눈치를 보게 되거나 소외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법의 적용 제외에 관련된 규정이 그것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제6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0. 6. 4., 2020. 5. 26.>

1.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

2.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전문개정 2008. 3. 21.]

1항의 내용을 해석하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채용했는데’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채용을 전제로 한 규정이 아니라면 굳이 해당 조항에 ‘장애’라는 단어를 넣을 필요가 없다.

이는 명백한 비장애인 주류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소지도 존재하는 조항이다. 서류전형이든 면접전형이든 장애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이 근로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채용한 게 아닌가? 채용을 해놓고 ‘장애가 있어서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니까 최저임금은 못 준다’고 하면 좋아할 장애인 근로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요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근로를 한다면 과연 근로자의 날에 격려나 노고를 받아도 되는 걸까.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장애인고용촉진법상 장애인 고용률을 맞추기 위해 채용한 장애인 근로자의 수에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라는 표현으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낙인화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근로자가 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집중했으면 한다. 회사에서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좋은 시도지만, 채용된 장애인이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꼭 회사에서 개발한 직종이 아니더라도 채용된 근로자의 장애 정도와 특성을 감안하여 그에 맞는 일자리를 재정립하거나 고민하는 것도 충분히 하나의 방법과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자신의 월급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근로자의 날을 제정한 취지를 장애인 근로자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현행 법체계부터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개선이 시급하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0 Comments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