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천주교 탈시설 권리보장 촉구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 전개
- 18일부터 혜화동성당 고공농성, 열흘 넘어도 묵묵부답
- 전장연 “윤석열 정권서 탈시설 반대 카르텔 형성, 정치권은 외면”
[더인디고] 제135주년 세계노동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를 부정하는 한국 천주교를 향해 전국적인 규탄대회에 나섰다.
전장연은 1일부터 서울, 경기, 인천, 대구, 경남, 전북 등을 시작으로 ‘한국천주교 탈시설 권리보장 촉구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에 돌입했다. 충북은 2일, 대전, 세종은 7일 등 지역별 사정에 따라 전개된다. 천주교를 향해 전국 어느 지역이든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결의대회 등을 통해 지역 교구별 교구장에게 탈시설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면담요구서를 제출한다는 취지다.
전장연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4월 18일, 오후 7시부터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라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해왔다. 그동안 천주교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권리와 시설 밖 자유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왜곡하고 폄훼해 온 것을 규탄하고,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2월 통과된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자립지원법)’에 대해 천주교를 중심으로 폐기 운동을 펼치는 것도 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에 전장연이 전국적인 규탄 결의대회로 확산하는 데에는 고공 농성이 열흘이 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탈시설 권리에 대한 천주교의 완고한 태도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천주교 사복위)’는 공문을 통해 TFT 구성을 위한 실무자 간담회를 제안했다.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4월 25일 오후 2시에 만나자는 시간과 약속을 정했다. 하지만 돌연 천주교 사복위는 총무 정성환 신부에서 이병훈 정책위원장(천주교대구대교구 신부)으로 연락 담당이 바뀐 이후, “고공농성에서 내려올 것”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간담회 불참”을 조건으로 내건 데 이어, 간담회도 불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1일 대구지역에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구지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대구대교구 계산대성당 앞에서, “탈시설 권리보장과 장애인차별 중단”을 촉구하며, 이병훈 신부를 향해 “탈시설에 연대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병훈 신부(대구대교구 들꽃마을 원장)는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 왜곡에 앞장서 왔고, 지난 3월 말부터는 대구대교구 차원에서 공식적인 자립지원법 폐기 운동을 펼쳐왔다”면서, “최근엔 이 신부가 고공농성 중인 장애계 대표 측과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420대구연대에 따르면 대구대교구 재단에서 운영한 대구시립희망원 한 곳에서만 6년 7개월(2010~2016년) 동안 3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대구대교구는 대구희망원 비리와 인권유린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주체로서 지난 2016년 10월 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가 해당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대구시에 운영권을 반납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비리혐의로 신부가 구속된 바 있다.
한편, 전장연은 “기만적인 장애인 권리 탄압과 여전히 장애인은 거주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차별과 혐오적 관점을 견지하는 천주교의 자성을 촉구한다”며 “175개 이상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주체인 천주교는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를 선두로 내세우며 천주교와 오세훈 서울시장, 윤석열 정권 하의 보건복지부가 탈시설 반대 카르텔을 형성해 탈시설을 왜곡하고 탄압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의 책임은 탈시설을 정책과 입법으로 보장하지 않는 정치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천주교를 향해 ▲탈시설 왜곡 등에 대한 사죄와 자립지원법을 수용하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등에 따른 탈시설을 지지하고 협력할 것, ▲탈시설 당사자 등과의 TF구성을 통한 탈시설 로드맵 마련과 시설 폐쇄 및 지역사회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설 것, 그리고 유흥식 추기경에겐 ▲‘탈시설은 정의’라는 점을 지지하고, 교단 내 탈시설 반대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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