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안전만 중요하고 대상자의 안전은 관심 밖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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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있는 철문 사진
청각장애가 있어서 초인종 소리를 못 들으니까 도착하면 문자를 달라고 했는데, 직원의 안전을 위한다며 문자 보내는 것을 거절했다. 그냥 “방문시간이 되면 문을 열면 방문하겠다”고 했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국민연금공단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심사를 위해 방문하기로 한 날, 그날은 활동지원사로부터 지원받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국민연금공단 직원을 만나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국민연금공단 직원과의 의사소통은 음성인식기능 앱을 사용하면 되는데, 한 가지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다. 직원이 기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초인종을 눌러도 기자가 듣지 못하니까 문을 열어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민하다가 활동지원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국민연금공단에 전화해서 기자에게 청각장애가 있어서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도착하면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그럼 문을 열어주겠다고.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에 전화를 한 활동지원사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문자를 하면 외부로 직원의 개인번호가 유출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심사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이 되어서 문을 열어주면 방문하겠다는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답변을 활동지원사로부터 전달받고 말문이 막혔다.

문자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계속 이야기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정책’이란 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걸까.

대상자에게 전화를 했을 때 받지 않거나 연결되지 않으면 문자를 보내는데, 그건 개인 번호가 아닌 기관 번호다. 그리고 심사한 후 국민연금공단 직원에게 질문해서 그 기관 번호는 문자로 회신이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이런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는 개인번호를 활용해서 문자로 소통하곤 한다. 문자로 소통하며 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에 방문했을 때도 청각장애인이 혼자 있고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하면 문자로 도착했다고 알려주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국민연금공단 직원은 개인번호가 유출되는 것이 직원의 안전을 이유로 국민연금공단의 정책에 따라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방문시간인 10시 30분에 그냥 집 문을 열어주는 대상자의 안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인가? 10시 30분에 방문하기로 했어도 교통상황이나 다른 변수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10시 30분에 문 열어주면 방문하겠다’고 했다가 대상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책임질려고 하는 걸까.

또 대상자가 ‘혼자’ 있고 대상자와 방문하는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성별이 다른 경우에는 둘 중 누군가에게 동행인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이유는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결과적으로 심사를 위해 국민연금공단 직원 두 명이 방문했지만, 한 명의 직원이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이번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방문을 경험하면서 도시가스 점검을 위한 직원의 방문을 떠올렸다. 일년에 두 번 진행되는 도시가스 점검은 항상 전화가 아닌 문자로 먼저 연락이 왔다. 방문일정을 문자로 안내했는데, 그것도 기관 번호가 아닌 회신 가능한 개인 핸드폰 번호였다.

그리고 기자가 청각장애가 있어서 초인종 소리를 못 들으니 도착했을 때 문자를 보내주시면 문을 열어드리겠다고 했을 때 그렇게 해주셨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도시가스 점검을 위해 방문했던 직원은 늘 여성이었고, ‘혼자’ 방문했다. 도시가스뿐만 아니라 청각장애가 있다고 문자로 소통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그렇게 해서 소통했다.

앞으로 3년 후 활동지원서비스 갱신을 위해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장애인 중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대상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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