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학대혐의 특수교사, 2심 무죄 논란… ‘비밀녹음’ 판단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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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2심 재판이 열린 수원고등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부모연대 제공
▲13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장애아동 학대 사건 2심 재판이 열린 수원고등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부모연대 제공

  • 전교조·교총 환영”… “교권보호만 치중우려도
  • 부모연대 장애아동 인권 외면한 법원, 임태희 교육감비판
  • 녹음 증거만 인정 안 될 뿐, 정서적 학대는 변하지 않아

[더인디고] 자폐성 장애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에게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를 선고하자 논란이다. 해당 사건은 2022년 9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서 일어났으며, 피해 아동 B군(사건 당시 9세)은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로도 알려졌다.

13일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부장판사 김은정 강희경 곽형섭)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 비밀 녹음… 1심 “장애 특성 고려한 정당한 행위” 2심 “통신보호법 위반”

쟁점은 피해 아동 부모가 자녀를 통해 몰래 녹음한 내용이 학대 증거 능력으로 인정될 수 있느냐이다.

앞서 B군의 엄마는 아들이 불안 증세 등을 보이자 자녀의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녹음에는 A씨가 B군을 향해 “말을 제대로 해,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말이 담겨 있었다.

해당 사건은 23년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등으로 인한 ‘학부모 갑질’과 ‘교권 추락’ 등 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며, 주호민 씨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1심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학대 정황 등으로 인정,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일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해주는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인지 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진 아동이 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고, 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 있고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별도의 교실에서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정당행위 요건을 모두 구비, 위법성 조각 사유(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인정된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A씨)은 특수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짜증을 내며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만큼, 그 죄가 가볍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한 ‘통신보호법’ 위반이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면서, “피해 아동과 모친은 엄연히 별개의 인격체인 만큼, 모친의 녹음 행위와 피해 아동의 녹음 행위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교사의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지난 2021년, 동의 없는 녹음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과 같은 취지”라고 전제한 뒤, “사전에 학교나 교사와의 대화 없이 그냥 녹음하는 것에 법원이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자신이 변호로 나선 것은 교권 보호보다는 특수교사들이 마음 편한 환경에서 장애학생들에게 품질 높은 교육을 해주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교사들한테 들은 이야기”라며 “지난 1심서 유죄 선고가 나온 이후, 수업 시간 몰래 녹음이 횡행하고 있다”고 말해, 결국 경기도교육청의 보호 대상엔 교사만 있지 학생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항소심 판결을 놓고, 교원단체와 장애인단체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앞으로 장애학생에 대한 학대나 인권침해에 맞서 ‘교권보호’ 혹은 ‘집단보호주의’로 흐를지 우려를 낳고 있다.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2심 재판 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환영 성명이 논란이다.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2심 재판 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환영 성명이 논란이다.

정서적 학대를 축소·교육적 행위로 평가한 교원단체법원과 경기도교육감은 장애학생 인권 외면!

선고 직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비밀과 교육활동의 정당성이 인정된 판결”이라고 전제한 뒤, “정서학대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아동복지법 개정과 함께 ‘불법 녹음 행위에 대한 고발 조치 및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고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대 행위의 심각성을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녹음에 담긴 교사의 정서적 학대는 외면한 채, 교권보호만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교조는 13일 “특수교육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교사의 교육적 행위와 학대를 명확히 구분한 사법부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법원도 인정한 정서적 학대를, 다만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놓고 유무죄로 갈린 사건에 대해, 마치 녹음된 내용이 “교사의 교육적 행위”로 평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반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4일 성명을 통해 “증거 능력 입증이 어려운 장애아동의 조건을 철저히 간과했고, 발달장애 아동에게 그 정도의 정서적 학대는 가능하다는 시그널까지 준다”며 “결국 장애아동의 부모는 경미한 정서적 학대에 소란을 피운 갑질 행위자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 대해선 “최소한 중립은커녕, 가해교사(B교사)에게 전화로 응원하고,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해온 변호인을 직접 구해준 장본인”이라며, “그런 가해자 변호집단이 교육청이라는 사실에 끔찍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법 판결, 뻔뻔한 교육자 집단, 버젓이 가해행위를 옹호하고 갈등을 조장·악용하는 교육 당국을 향해 후속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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