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이번 5월에는 두 번의 야외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첼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주 오래 전, 첼로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도 모르고 밤낮 가리지 않고 집에서 연습하다가 이웃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밖에서 연습했던 적이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 활로 첼로의 줄을 그을 때 나는 진동은 뭐랄까, 진동이 어딘가 멀리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밖에서 연습하던 이후로는 대부분의 연주가 실내에서 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연주나 연습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두 번이나 야외 연주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만큼 첼로를 배우던 초기에 멋도 모르고 야외에서 연습하던 시절도 생각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연주하는 첼로의 진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야외 공연이니만큼 중요한 포인트 하나는 첼로 소리가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들릴 수 있도록 하는 음향 장비의 중요성이다. 그래서 두 번의 야외 공연에서 한 번은 첼로 앞에 스탠드마이크를 배치했고, 다른 연주 때는 첼로에 핀마이크를 설치했다.
솔직히 이 두 가지의 음향 장비가 첼로의 소리를 얼마나 크고 정확하게 현장의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는지는 전혀 모른다. 소리를 듣지 못하니까. 그저 핀마이크와 연결된 마이크 장치가 바지 왼쪽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서 몸의 왼쪽이 조금 무거워졌다는 게 평소 연주할 때와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정도다.
그렇지만 스탠드마이크와는 달리 핀마이크는 첼로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첼로가 내는 소리와 진동을 스탠드마이크를 배치했을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크게 낼 수 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첼로 연주를 하면서 혹시라도 발생하는 작은 삑사리 하나도 핀마이크를 통해 다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전공자가 아닌 연주자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되는 음향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야외 공연을 두 번 진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첼로에서 나는 진동이 묵직하고 울림이 있다는 걸 느꼈다. 소리나 진동이 벽으로 향해 나아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고 광활한 어딘가로 퍼져 나가는 걸 연주 내내 느끼면서, 첼로를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레임과 두근거리던 그때의 기분과 마음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무심결에 깨달은 게 있다. 물론 한 음정도 틀리거나 다른 줄을 건드리는 일 없이 잘 연주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연주자가 어떤 마음으로 연주하는지, 연주를 통해 어떤 의미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시청각장애인이 첼로를 연주한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보다 한 인간으로서 첼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연주를 통해 보여주고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게 생각한다.
그 기쁨이 스탠드마이크나 핀마이크와 같은 음향 장비를 통해 야외에서 조금 더 강렬하면서도 풍부하게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