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한 젊은 정치인의 해로운 ‘갈라치기와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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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3차 TV토론 중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성폭력적 발언을 언급했다. ⓒ 유튜브 제3차 TV토론회 체널A 갈무리
▲제21대 대통령 선거, 3차 TV토론 중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성폭력적 발언을 언급했다. ⓒ 유튜브 제3차 TV토론회 체널A 갈무리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 때가 되면 늘 차고 넘치던 공약들이 이번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별일이다. 1987년 개헌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신명도 나지 않을 뿐더러 잦은 선거로 인해 참여해야 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피로감마저 든다. 게다가 동네 주민자치센터의 엉망진창 접근성을 생각하면 건짜증마저 인다.

아무려나 유권자를 함부로 대하고 무시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후유증과 비상계엄이라는 황당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온갖 전횡과 정책의 부재 등으로 겪게 된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민들은 또다시 깊은 내상을 입고 말았다. 어제 저녁 제21대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이준석의 성폭력적 발언(굳이 구체적인 발언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으로 역겨웠고, 내내 되짚어 분노했다.

40대 젊은 정치인 이준석은 애초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어야 했다. 가진 정치적 자산이라고는 하버드 대학 졸업과 갈라치기와 혐오가 전부인 함량미달인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두 번씩이나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등 혼란한 정치 환경만의 탓일까? 아닐 것이다. 그동안 나선 선거에서 번번이 낙선했고, 대선승리 후 당대표 자리에서 쫓기듯 밀려난 것에 대한 동정적 안쓰러움이 어쩌면 지금의 그를 대통령 후보로 만드는 정치적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대표를 거치면서 겪었던 ‘갈라치기와 혐오’가 얼마나 선거에서 효과적인지도 체득했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 선언한 이후에도 이렇다 할 공약조차 발표하지 못했던 이준석이 급기야 TV토론에서 사달을 낸 건 이번 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킬 마지막 기대였을 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짐은 2차 토론에서부터 조금씩 전조를 보였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토론하는 것을 보니 남녀 갈라치기, 장애인 혐오, 차별금지법 반대 같은 것으로 분열을 부추기는 거 같다. 공공병원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는데, 공공의료원마저 갈등의 대상으로만 보느냐”고 묻자, 이준석은 발끈하며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국민에게 와닿을 것”이라면서 “혐오에 해당하는 행위는 뭘 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권 후보는 “장애인 시위에 대해서도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시민이 겪는 불편 등) 결과에 대해서 비난한다”고 말했지만, 이준석은 “민주노동당, 정의당에게 빨갱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니냐”며 특유의 갈라치기로 대응했다.

사실상 정치낭인이었던 이준석의 ‘갈라치기와 혐오’는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늘 전파되곤 했다. 이 발언들은 주요 언론들의 받아쓰기를 통해 이준석의 정치적 입지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 정점이 바로 장애가 있는 시민의 이동권에 대한 그의 ‘갈라치기와 혐오’였다. 지난 2022년 3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에 대해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하여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 발언 이후 이준석은 jtbc 썰전 라이브를 통해 전장연의 대표인 박경석과 1대1 토론에까지 참여했다. 이준석은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일반시민을 대신하는 것으로 비춰졌지만, 결국의 갈라치기는 장애인 혐오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당시 한 데이터 분석가(@FightHateByData)의 분석에 의하면 에펨코리아 유머/움짤/유머 게시판 댓글 중 혐오표현이나 조장 발언의 비율이 이준석의 페이스북 발언 전보다 11%에서 17%로 증가했다. 악플 개수도 일주일 간 2.7배, 장애혐오는 9.7배로 급증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준석의 조언(?)을 받아들여 오늘도 성심껏 지하철에 탑승하는 장애시민들을 저지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이준석의 이번 대선 슬로건이 ‘압도적 새로움’이란다. 그가 주장하는 압도적 새로움이란 게 고작해야 성폭력적인 발언을 통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민망하면서도 참담할 뿐이다. 그는 오늘(2025.5.28)에야 자신의 주무기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평소 성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었던 이재명, 권영국 후보에게 “믿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구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혐오나 갈라치기를 자주 사용하면서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되레 책임을 두 후보에게 돌렸다. 현상을 애둘러 갈라쳐 공격하는 전형적인 궤변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주저한 민주진보진영의 위선이 아니라 성폭력적인 발언을 대통령 대선 후보 토론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아무런 여과없이 노골화했다는 점이다. 젊은 정치인, 수년을 정치권 언저리를 맴돌다 이제 겨우 초선 국회의원이 된 이준석은 ‘압도적 새로움’ 뒤에 숨겨둔 구태적인 혐오적인 정치 태도만 노골적으로 드러낸 꼴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도 이준석은 후보 사퇴를 염두해 두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여기며 또다른 갈라치기에 몰두하고 있을지 모른다.

참 해롭고, 해로운 정치인이다.

이준석의 정치적 입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운운하기에도 민망하다. 부디, 바라건대 그가 정치를 떠날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숫자’만 얻게 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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