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은 모든 장애인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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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주문 시스템이라 적혀있는 키오스크 사진
‘장애인용 키오스크’라고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우면 장애인용이라고 하기 어렵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등 고도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애인의 접근성도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하지만 키오스크만 해도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시점에서 이제는 모든 장애유형을 고려한 ‘통합 키오스크’가 개발된다고 하는데, 과연 모든 유형의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장애인용 키오스크’를 발견했다. 장애인용 키오스크는 처음 접해봐서 놀라웠는데, 기자도 장애인이니만큼 ‘혼자’ 주문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키오스크가 의미하는 장애인용 키오스크에서 ‘장애인’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 키오스크가 테이블 위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상태로 편안하게 주문할 수 있다. 즉 키오스크의 위치가 ‘낮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휠체어에 앉은 높이에서 원하는 메뉴를 직접 고르고 결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휠체어에 앉은 위치에서 키오스크 조작이 가능하도록 키오스크가 낮고. 또 손을 뻗어 원하는 버튼을 터치하기에 편리하도록 키오스크의 크기가 다른 한쪽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조작하며 주문하고 있는 키오스크보다 2배는 작다.

기자는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으니까 테이블에 의자를 가져다가 앉아야 했다. 그런데 키오스크의 크기가 작아서 그 안의 글자도 덩달아 작아지기 때문에 원하는 메뉴를 제대로 읽기 어려웠다. 결국 활동지원사가 메뉴를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했고, ‘장애인용 키오스크’라서 ‘혼자’ 주문이 가능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직원에게 문의하라는 내용이 있지만,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 번호나 부를 벨이 없다. ©박관찬 기자

키오스크의 한쪽에는 키오스크 조작 방법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주문하실 때 도움이 필요하시면 직원에게 문의 주세요.”라는 글귀가 있다. 하지만 문의를 해야 할 번호도, 누를 만한 버튼도 없었다. 휴게소 내에서 직원을 직접 찾으라는 건가? 키오스크의 목적 중 하나가 직원의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함일 텐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게 훨씬 빠를 것이다.

이 ‘장애인용 키오스크’는 ‘휠체어 이용자용 키오스크’로 바꾸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모두 포함되는데, 그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해당 키오스크로 주문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맹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표기가 있고,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해 큰 글씨로 되어 있고, 키오스크에서의 음성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로 안내하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언어의 구성,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높낮이 조정 가능까지…. 이마저도 ‘모든’ 장애유형을 포함한 건 아니다.

그만큼 모든 장애유형을 고려한 ‘통합 키오스크’를 개발한다는 건 많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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