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국민으로서 투표를 하는 날이 되면 시청각장애인으로서 가장 골치아픈 게 ‘이동’이다. 시청각장애의 정도에 따라 보고 들을 수 있는 정도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동이 가장 불편한 시청각장애인도 있고, 의사소통이 불편한 이도 있으며 이동과 의사소통 모두 불편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다.
기자는 시각장애가 저시력이기 때문에 청각장애로 인한 의사소통은 음성인식기능 어플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 가능하다. 투표소에서 이뤄지는 의사소통이 대부분 투표에 대한 안내와 신분증을 제시해달라는 내용이니만큼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의사소통에 대해서 큰 부담은 없게 한다.
그래서 투표소가 어디에 있는지, 집이나 사무실에서 투표소까지 어떻게 이동하는지만 알고 있으면 충분히 ‘혼자’ 국민으로서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전에 코로나19 시기 백신 접종을 했던 것처럼, 투표소 역시 ‘선거일’이라는 특정일에만 생기는 공간이기 때문에 저시력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길을 찾을 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도 앱은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지도 앱의 글자도 작고, 복잡한 길들을 현재 있는 위치와 일일이 비교하면서 걸어가기에는 저시력으로 많이 버거운 여건이다. 그래서 길을 찾거나 특정 목적지를 방문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카페 옆’, ‘한 블록 지난 뒤 오른쪽’, ‘횡단보도 건넌 뒤 왼쪽’과 같은 위치를 기억하고 찾아가는 것이다.
간판을 보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건물마다 간판은 동일하지 않다. 간판의 배경과 글자의 색깔이 확연히 대비되어서 알아보기 편한 곳이라면 몰라도, 어떤 간판은 배경과 글자의 색깔이 비슷해서 알아보기 어려운가 하면 글자가 있는지조차 알아보기 힘든 간판도 있다.
그래서 투표하는 장소가 주민센터이든, 초등학교이든 어디에서 한다고 해도 그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기 힘들다면 혼자 투표를 하고싶은 마음에 아쉬움을 삼켜야만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투표하는 날 활동지원이 필요한 일정이 계획된 게 아니라면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단 몇 분이면 끝나는 투표행위를 위해 소중한 활동지원시간을 사용해야만 하는 걸까.
얼마 전 고속도로 휴게소를 방문했을 때 줄지어 선 가게들의 간판을 보며 눈이 ‘즐거웠던’ 적이 있다. 간판들이 모두 동일한 색깔, 동일한 글자체, 크기로 통일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불편함없이 글자를 읽고 확인하며 지나갈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간판의 색깔과 글자체며 글자크기를 통일하면 개성과 재미가 반감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착용하면 원하는 색깔이나 글자체, 글자크기로 통일되는 안경이나 그런 보조공학기기가 없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게 있다면 적어도 혼자서 투표소까지 잘 찾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