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뽑아놓고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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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시각장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부당해고를 당했다. ©픽사베이
중증 시각장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부당해고를 당했다. ©픽사베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중증 시각장애가 있는 조영규 씨는 올해 3월 중순 인천의 ㄱ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센터)의 직원 채용시험에 응시하여 면접과정 채용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그런데 채용공고상으로는 분명 ‘정규직’ 채용이었음에도 4월 2일 첫 출근한 조 씨에게 센터 측에서 내민 근로계약서는 수습기간용이라며 ‘3개월짜리’ 계약서였다. 센터 측은 원래 다 이렇게 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3개월 후 자동으로 정규직이 된다고 설명하여 조 씨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정규직 채용임에도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로 찜찜한 느낌의 조 씨의 새 직장 생활은 그 느낌처럼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채용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센터에서 장애인의 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업무를 배정하는데, 조 씨에게는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 업무를 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조 씨가 “열심히 하겠으니 업무를 배정해달라”고 하였지만, 센터의 간부는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일을 하냐”고 발언하며 전 직원이 있는 곳에서 조 씨에게 모욕감을 줬다.

뿐만 아니라 센터 측은 5월 7일, 조 씨에게 아무런 사유도 알려주지 않고 6월까지만 회사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조 씨가 사유를 물었지만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으며, 부당한 해고에 대한 대응을 위해 센터 취업규칙을 중증 시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점자 또는 텍스트파일로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이 밖에 조 씨가 센터 내 프린트기의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동료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센터 간부가 도와주지 말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센터 내 지문인식기가 지문을 찍을 때 소리를 나게 할 수 있음에도 소리가 나지 않게 하여 조 씨가 지문이 제대로 찍혔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소리를 켜달라는 조 씨의 요청도 묵살했다.

급기야 조 씨의 해고에 대한 구두 요청에 센터 간부는 “이상한 놈이 들어왔네”라거나 “이 새X야”와 같은 욕설을 조 씨에게 하였으며, 애초 6월까지만 출근하라는 해고 통보조차 지키지 않은 채 5월 20일자로 앞당겨 조 씨를 해고했다. 센터의 조 씨 해고 사유는 ‘대표 협박, 불안감 조성, 잦은 자리 이탈’ 등이다.

조 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인천의 ㄱ 센터를 검색해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조 씨가 근무했던 사업체의 대표와 검색된 사업체의 대표가 다르게 나타났다. 확인해본 바 이름이 같은 두 사업체가 존재하고 있는데, 조 씨는 두 사업체가 사실상 같기 때문에 상시근로자 250명 이상의 하나의 사업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업체가 이름만 같을 뿐 같은 사업체가 아니며, 조 씨를 해고한 사업체는 5인 미만의 사업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채용절차법 위반에 대한 신고,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구제신청이 될 수 있을지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더인디고는 센터 측에 조 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도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쓴 것과 중증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나 텍스트파일로 된 취업규칙을 제공하지 않은 것, 조 씨에게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사실 여부와 의견을 묻는 메일을 발송하였다. 하지만 메일을 발송한 뒤 금방 수신확인을 하였음에도 일주일이 넘도록 센터에서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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