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관장님이 죽도를 들고 계시면서 기자보고 스스로 거리를 가늠해서 타격하라고 하셨다.
솔직히 기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관장님이 들고 있는 죽도는 잘 보이지 않았다. 죽도의 색깔과 검도관 벽의 색깔이 거의 똑같았기 때문에 어디쯤에 죽도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는 관장님이 서 계시는 위치를 기준으로 죽도의 위치를 가늠했다. 네이비색의 도복을 입은 관장님의 형체는 확실하게 보였기 때문에 관장님이 서 계시는 위치를 기준으로 머리만큼의 높이에 죽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타격했다.
그리고 관장님의 차례가 되어 타격하는 걸 기자가 들고 있는 죽도로 느끼면서 아주 중요한 걸 배웠다. 관장님이 큰 동작 머리치기와 작은 동작 머리치기를 할 때 기자가 들고 있는 죽도에 느껴지는 느낌, 뭐랄까 진동은 확실하게 동일했다. 관장님의 타격 세기는 동일한데, 기자가 하는 큰 동작 머리치기의 타격은 강하고 작은 동작 머리치기의 타격은 왜 약한 느낌일까? 관장님께 바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큰 동작 머리치기는 ‘큰’ 동작이니만큼 죽도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가 크게 치고 나가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죽도를 치는 힘이 강한 반면, 작은 동작은 중단 자세에서 손목의 힘을 이용해서 죽도를 뻗어서 타격하기 때문에 세기가 큰 동작보다는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장님이 기자는 작은 동작을 할 때, 죽도를 앞으로 ‘뻗는’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힘이 실리지 않은 거라고 알려 주셨다.
관장님은 평소에도 수련 중에 기자가 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여 직접 동작을 보여주시곤 한다. 단순히 동작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기자가 잘못 취한 동작과 바른 동작을 번갈아 하시며 바른 동작이 어떤 건지 느끼게 해주신다. 또 이번 수련처럼 기자와 번갈아가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기자가 직접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다.
저시력으로 인해 제한되게 볼 수 있는 만큼 보면서 수련하고, 또 관장님의 동작을 저시력으로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고 또 죽도를 통해 촉각으로 느끼면서 수련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또 무언가 느끼고 싶은 게 있다. 바로 관장님의 기합이다.
기자는 큰 동작, 작은 동작으로 머리, 손목치기를 할 때마다 “머리”, “손목”이라고 기합을 내지르며 치고 나간다. 여섯 번을 하고 나면 관장님도 똑같이 하시는데, 관장님의 죽도가 타격하는 게 기자가 들고 있는 죽도로 ‘힘’은 분명하게 전달되지만 관장님의 기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수련하다가 잠깐 선풍기 앞에서 휴식을 취할 때 관장님도 똑같이 기합을 하는지 여쭤 보았다. “그치”라고 바로 기자의 손바닥에 글을 써주신 관장님의 기합소리가 궁금하다. 검도를 배우면서 처음 기합에 대해 배울 때 관장님이 “관장도 기합은 정말 크게 합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 어쩌면 관장님의 기합은 검도관 안이 가득차도록 우렁찬 소리가 아닐까. 궁금해진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