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이재명 정부의 ‘새 정치’를 기대한다

113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시국을 헤치고 새롭게 시작된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새롭게 꾸려질 향후 5년간의 장애인 정책을 기대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시국을 헤치고 새롭게 시작된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새롭게 꾸려질 향후 5년간의 장애인 정책을 기대한다. ⓒ 유튜브 MBC 뉴스 및 YTN 뉴스 갈무리 화면 편집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 남짓 지났다.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터지고 이를 주도했던 윤석열의 탄핵과 새로운 국정 책임자가 선거를 통해 당선되고 취임하기까지 무려 6개월이나 걸렸다. 지나치게 길었고, 길었던 만큼 텅 빈 국정 공백은 한없이 넓어보였다. 그러는 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상황을 매일 목도하고 겪었다. 도심 곳곳을 가득 메운 군중들과 이들이 여과 없이 토해내던 욕설들과 모욕적인 혐오발언들. 급기야 법원이 극우세력에 의해 침탈당하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세상은 무법천지였다. 길에 나서기 무섭고 괜한 시비에 휘말릴까 조심스러울 지경이어서 외출마저 주저했으니 지난 6개월은 사실상 무정부상태였다. 정치적 이념에 무관하게 일상을 살았을 수많은 사람들의 곤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고 권력구도가 재편되는 것만으로도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며 총총히 투표장으로 향했으리라. 그래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을 잠재웠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민주권정부를 자임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헌정체제의 위기를 끝내고 새로운 체제의 시작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불법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들의 잔존세력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지지율 41.15%)와의 대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고작 8.27% 앞선 49.42%의 지지율로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내란을 동조했던 세력에 대한 공공연한 지지였는데 이 황당한 원인은 대체 뭘까?

짐작하건대 국민의힘을 비롯한 대선 패배 세력이 주도했던 소위 ‘이재명 악마화’는 선거 프레임이 투표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의 악마화의 주된 이유였던 사법 리스크가 통치 기간 동안 유예된다고 해도 권위와 리더십을 형성하고 이를 주도해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는 등 이른바 통치 행위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한 가지는 정치지형의 고착화다. 내란세력에게 계몽되기 보다는 진보·보수, 경제적·지역적 기반으로 공고히 다져진 편가르기 탓일 게다.

결국 고착화된 정치지형을 단숨에 바꿀 수 없는 마당이고 보면 중도층 10%의 표심을 얻는 게 중요할 텐데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후 ‘이재명 악마화’의 주된 원인이었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양해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국민들과의 토론과 합의에 기반한 국정 목표 설정, 이를 달성하기 위한 민주적 운영 방식의 실천이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국민이란 전문가와 관료, 정치적 측근들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제2의, 제3의 윤석열 들이 또다시 출현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 또한 필요하다. 이미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41.15%는 극우를 비롯한 반민주적 정치세력의 준동보다 ‘이재명 악마화’에 표를 던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들보다 불과 8.27%의 지지율을 더 얻었을 뿐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37년 지난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민주적 국가체계의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윤석열 들의 반민주적 세력의 반민주적 준동을 통해 여실하게 드러났다. 자본에 의한 노동자 억압은 여전하고 능력주의가 평등을 대신하며, 공공 정책마저도 효율성을 이유로 민영화를 통해 사유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어쩌면 정치지형의 고착화를 불러왔을 터지만 아무려나 이제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전 정부의 자멸로 이재명 대통령은 쓰러져가는 대한민국의 한 기둥을 부여잡는 기회를 얻었다. 윤석열 들의 내란을 몸으로 막아낸 수만의 국민들이 광장에서 민주주의 복원을 기원했던 선연한 풍경을 외면해서는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수 없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국회를 사방으로 에워싼 채 침범하는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았던 이들 모두 민주주의적 삶을 열망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열망은 단 하나였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37년을 지켜낸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탄생은 무명의 수많은 사람들의 순수한 열망이 빚어낸 우연한 결과였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순수한 사람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실은 시대적 숙명자로써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늘 그렇듯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게 되면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열흘 만에 추경을 편성했고,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방안을 마련했다. 1호 법안으로 3대 특검법(김건희 비리·내란사태·채해병 사건)을 통과시키는 등 여느 정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G7 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출국한 6월 16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는 국정기획위원회 현판식이 있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궐위로 인한 조기대선으로 꾸리지 못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신해 국정운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다. 이곳에서 향후 5년 동안의 국정과제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참여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관료·학계·변호사·경제인사 등 155명에 달하지만 장애가 있는 시민의 삶을 국정과제로 고민하고 구성할 인사는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유감스럽다. 대선 기간 동안 발표했던 장애인 정책공약이 다듬어져 국정과제에 담기게 되겠지만 복지공약의 특성상 워낙 수사적 과장이 크고 내용도 포괄적이어서 실제 어떻게 기획되어 제도화 될지 궁금하다. 또한 제도의 운용방식이 공급자 중심으로 기획된다면 전달체계만 늘어날 뿐 정작 장애가 있는 시민의 삶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런 만큼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 중심의 기획을 통해 제도를 설계하고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관점에 기반해 촘촘하게 살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디 이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같은 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이른 아침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다이인(die-in·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 방식의 시위를 통해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 권리 이행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 19개 항목의 요구안을 전달했다고 한다. 전장연의 이번 시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벌어졌다. 이들의 시위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지 계속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몫이겠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승인
알림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