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공공교통 체계에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동의 차별을 하여선 안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통권 보장은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요소로 전기버스가 상용화되면서 저상버스는 옛날처럼 어쩌다 우연히 접하는 게 아닌 일상 속에서 매일 접할 정도로 대수가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과거보다 저상버스 늘어났으니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설이나 장비를 아무리 확대해도 당사자들이 상황에 따라 이용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
이 말인즉슨 장애인이 공공교통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상을 함께하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거부당하는 상황은 반복되고 있는데, 최근 부천시에선 청각장애인이 보조견을 동반해서 승차하려다 운전기사의 제지로 이용하지 못한 사례가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그것도 처음이 아닌 올해 2월을 시작으로 두 차례나 발생했다. 마지막 발생 시점 5월부터 한 달이 지나서야 공개되었다는 것은 부천시와 업체가 민원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이번 사례가 반복되었던 것이 장애인의 인식 부족과 더불어 여러 장애 유형에 대한 지식이 부재한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사를 보면 운전기사가 보조견의 크기가 너무 작아 단순 애완견이라 오해하여 케이지에 넣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인데, 결국 고정관념이다. 우리는 흔히 안내견 하면 시각장애인이 골드 리트리버 견종과 함께하는 것을 주로 연상했겠지만, 청각장애인도 보조견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만큼 보조견이 대신 소리를 인식하고 전달하여 당사자가 알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즉, 시각과 청각의 유형은 틀려도 세상 풍경과 주변의 소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같은 것이다.
현행 법령에서도 크기나 견종의 구분,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보조견의 동반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 등)의 3항에선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분명하게 명시한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관련 기사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그렇다.”라고 변명했으나, 몰랐다는 것은 업체도 관련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마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부천시 또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이미 2월에 해당 사안이 발생하였다면 벌써 상황을 인지했을 것이며, 민원 처리 기간이 최대 한 달임을 고려한다면 5월 이전에 합당한 행정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다. 왜냐면 부천시를 경유하는 관외 업체가 아니라, 부천시의 차적과 면허를 보유한 부천시 업체인 ‘소신여객’에서 발생했으니 말이다. 그와 반대로 2월에 이어 5월에 재차 반복되었고, 그제야 정류장에 사과문을 부착했다는 것은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실을 은폐하고 숨기려는 의중이 컸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지자체가 이런 자세니 지역 버스 업체가 어떻게 신경을 쓰겠냐는 것이다. 하여 이번 사안은 단순 운전기사의 교육 부재에서 넘길 사안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여객용 버스 운전 자격을 만 19세 이상 영업용 자동차 1년 이상의 경력을 채우면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신 시내버스처럼 불특정 다수를 수송하는 경우 1종 대형 면허를 포함하여 국가에서 시행하는 ‘버스 자격시험’을 별도로 진행해야 승무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데, 문제는 자격시험 문항에 교통약자와 장애인이 승‧하차 시의 행동 요령을 묻는 문항이 아예 없다. 심지어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슬라이딩 리프트 조작, 지체 장애인 배려 방법과 고정벨트 착용 등 현장에서 제일 중요하게 적용되는 내용도 없다. 결국 운전을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현실이며, 교통약자와 장애인에 대한 교육은 민간 운수업체에 의무 혹은 권고에 머무르다 보니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하여 교육에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한 번도 아닌 두 차례 반복된 만큼 부천시는 당사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소신여객과 해당 기사에 대한 승무 정지 등 강력한 대응을 진행해야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물론, 이번 사안으로 모든 버스 종사자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무리다. 분명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는 분들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야 한다. 말로만 버스를 잘 타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버스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과 동행하면서 일상을 함께하는 시민으로 교통권을 누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유일한 해법은 국가적 차원으로 이동권 문제를 생존에 대입하여 고민하고,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바꿔야 하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운수종사자들을 동경하여 버스 운전대를 잡기 위해 면허증을 취득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필자 역시 죄인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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