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면접인데 면접관들의 질문만 문자통역
- “비장애인들은 서로 무슨 대답하는지 알고 청각장애인만 모르는 건 불공평”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청각장애가 있는 성우(가명) 씨는 취업을 위해 지원한 곳에 면접을 보기 위해 사업체에 문자통역을 신청했고, 지원된 속기사와 함께 면접 장소에 들어가게 됐다. 면접 장소에 성우 씨와 속기사 외에 다른 사람 두 명이 더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성우 씨는 해당 면접이 개별 면접이 아닌 그룹면접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그룹면접인 줄 알았다면 면접 장소에 들어가기 전에 속기사와 충분히 준비를 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성우 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면접 장소에 들어가기 전에 속기사가 성우 씨에게 “질문 내용만 통역해주면 될까요?”라고 물었고, 그룹면접인지 예상하지 못했던 성우 씨는 별 생각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면접 전에 속기사와 나누었던 이 10초도 안 되는 대화는 성우 씨가 면접에 임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속기사는 사전에 성우 씨와 합의(?)했던대로 면접관들이 성우 씨에게 하는 ‘질문’만 문자로 통역했고, 즉 성우 씨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면접 대상자들이 발언할 때는 그 내용을 전혀 통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성우 씨는 “면접관들의 질문에 저의 대답만 최선을 다하면 되지만, 그래도 경쟁자들은 어떤 대답을 하는지를 비롯해 면접이 진행되는 흐름이나 분위기 이런 걸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른 면접자들이 발언할 때 속기사가 가만히 있으니까 통역 좀 해달라고 뭔가 제스처를 취하고 싶었지만, 면접이 진행되는 중이라 자칫 이미지가 좋지 않게 비춰질까 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성우 씨가 공개한 속기록을 보면 면접관들이 성우 씨에게 질문한 내용만 통역했음을 알 수 있다. 속기록만 봐서는 그룹면접이 아니라 성우 씨 단독으로 면접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우 씨는 “사전에 그룹면접인 줄 알았다면 속기사가 질문했을 때 다른 면접자들의 발언도 통역해달라고 분명히 요청했을 것”이라면서도 “제가 사전에 그룹면접이라는 걸 몰랐던 탓도 있지만, 그래도 문자통역의 기본이 청각장애인에게 질문하는 내용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현장의 분위기 전체를 다 통역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성우 씨의 사연을 접한 속기사 A 씨는 “대학교 수업에서 청각장애학생에게 문자통역을 할 경우,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 학생들 이름 하나하나부터 사소한 유머까지도 다 통역한다”면서 “아무리 면접 전에 합의를 했다지만, 속기사로서 당연히 그 면접의 전체적인 흐름을 문자로 통역해서 성우 씨가 잘 파악하면서 면접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 씨는 “그룹면접이면 다른 면접자들은 본인의 경쟁자니까 무슨 대답을 하는지 알고 싶은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라며 “성우 씨의 발언은 다른 면접자들이 다 듣는데, 다른 면접자들의 답변은 성우 씨가 통역받지 못한다면 불공평하지 않겠냐”고 다른 면접자들의 답변도 성우 씨에게 통역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속기사 B 씨는 “문자통역이라는 건 청각장애인이 듣지 못하는 소리의 정보를 문자로 통역하는 것”이라며 “해당 속기사도 그룹면접인 줄 모르고 성우 씨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속기사로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인해 성우 씨가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해당 면접에 대한 안내를 살펴본 결과, 개별면접인지 그룹면접인지에 대한 안내는 따로 공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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