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장애인복지시설 전환 첫날… “예산 0원, 졸속 기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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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자립생활지원시설 시행 첫날, 한자연은 보건복지부가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별관 앞에서 ‘자립생활 법적지위 예산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집회 참석자 제공
▲3일 자립생활지원시설 시행 첫날, 한자연은 보건복지부가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별관 앞에서 ‘자립생활 법적지위 예산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집회 참석자 제공

  • 장애인복지법 개정 후 1년 6개월… 시행규칙에 운영기준 마련
  • 한자연 민생예산 추경 속 IL센터 예산 배제한 정부·국회규탄

[더인디고] ‘장애인자립생활(IL)_센터’가 오늘(3일)부터 장애인복지시설로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이에 따른 예산 마련 등 정부의 대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IL센터 활동가들은 보건복지부를 향해 “직무유기”라는 비판까지 쏟아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는 3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자립생활 법적지위 예산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당장 시행되는 법안의 실행에 필요한 예산도 마련하지 못한 채 재정당국(기획재정부) 핑계만 일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자립생활지원시설 시행 첫날, 한자연은 보건복지부가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별관 앞에서 ‘자립생활 법적지위 예산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집회 참석자 제공
▲3일 자립생활지원시설 시행 첫날, 한자연은 보건복지부가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별관 앞에서 ‘자립생활 법적지위 예산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집회 참석자 제공

2023년 12월, ‘IL센터 법제화’를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같은 법 제58조 장애인복지시설의 종류에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시설’ 조항(제1항 2의2)을 추가해 ‘장애인의 자립생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동료상담,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환경개선 사업, 장애인의 권익 옹호·증진, 장애인 적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했다.

정부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1월 3일,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7월 3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자연은 IL센터의 법제화에 따른 운영 방안 연구를 비롯해 학계, 전문가, 정부, 국회 관계자 등과 지속적인 논의와 면담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 법안 개정에 반대했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도 법 통과 이후 대응 논의에 나섰다.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이들 단체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담을 ‘장애인자립생활시설 설치운영기준’과 관련해 인력과 지원 규모, 노유자시설 기준 적용 여부 등을 놓고 진통을 겪어왔다.

결론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이달 1일 공표한 시행규칙에 따르면 ▲시설기준은 사무실, 동료상담실, 화장실 및 그 밖의 필요 설비로 하고, ▲직원배치는 시설장과 사무국장 각 1명과 사업수행과 행정지원 인력 등 총 7명을 두기로 했다.

▲자립생활지원시설 설치기준 현실화를 반영할 것으로 요구하는 현수막이 복지부 별관 앞 길거리에 부착돼 있다. /사진=집회 참석자 제공
▲자립생활지원시설 설치기준 현실화를 반영할 것으로 요구하는 현수막이 복지부 별관 앞 길거리에 부착돼 있다. /사진=집회 참석자 제공

한자연은 운영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에도 문제가 있지만, 예산 자체를 마련하지 않은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2025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예산’ 중 IL센터 운영비와 개소당 인원수는 그대로였다. 인건비도 자연증가분에 불과했다.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추가경정예산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 물거품이 됐다. 1차 추경(5.1) 때는 보건복지부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번 2차 추경안 결론이 어떻게 날지 지켜봐야겠지만, 정부예산은 물론이고, 국회 소관 상임위 예산에도 IL센터는 찾아볼 수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심사결과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예산안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바우처지원 등 194억, 장애인복지시설 기능보강 10억원,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 92억원, 장애인일자리지원 6억원, 시각장애인 마사지 세미나 개최 3억원 등만 반영된 상태다.

이에 진형식 한자연 회장은 “법 개정은 전임 정부 때 이루어졌더라도, 현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발 빠르게 이행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무책임, 무관심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특히, 민생예산 추경 자랑 속엔 법령에서 규정한 자립생활은 완전히 배제됐다”면서, “1년 6개월 동안 졸속 시행규칙도 문제지만, 예산까지 빼먹은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국회를 향해서도 “법안만 통과했다고 의원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 법안이 실제 어떻게 이행되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며 “지금까지 여야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 등을 상대로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이번 2차 추경 심의 때 ‘IL센터 법제화’ 관련 질의는 해봤냐”며 싸잡아 비판했다.

한편, 한자연은 결의대회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한자연이 보건복지부에 제시한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시설 정부예산 편성안’ /자료=한자연 제공
▲한자연이 보건복지부에 제시한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시설 정부예산 편성안’ /자료=한자연 제공

구체적으로 ▲올해 20개소(센터당 약 4.9억원)의 자립생활시설 정부예산(중앙정부4 : 지방정부6 비율) 편성을 시작으로, 26년과 27년 각 75개소씩 총 170개소로 확대, 총 333.2억원을 책정할 것, ▲설치기준을 노유자시설(아동, 노인복지시설)로 적용할 경우 준비과정과 기간이 필요함에 따라 5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할 것, ▲인건비 등에 있어서 장애인복지관에 준하는 종사자 처우 및 고용안전 보장, ▲기능보강사업 적용,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 등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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