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며, 지금은 민생과 경제가 더 시급하다.”
당선 이후 30일 지난 어제(7.3) 치러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갈등 많은 의제는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입법 논의는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삼권분립을 고려하는 듯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노골적인 회피였다.
차별금지법은 무려 18년 동안 각계에서 논의된 의제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안하고 법무부가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 조장법’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자 법무부는 7개 차별 사유(성적지향, 학력, 병력, 전과, 출신 국가, 출신 지역, 가족형태)를 삭제한 축소안을 제출했지만 이렇다 할 논의 없이 흐리마리 폐기됐다. 이후 18대부터 21대 국회에 걸쳐 민주당과 진보정당 의원들이 개별 또는 포괄 형태의 차별금지법을 여러 차례 발의했지만, 조직적인 반대운동과 정치권의 무관심에 가로막혀 좌초됐다. 2013년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이 종교계의 반발로 자진 철회됐고, 2020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더불어민주당의 방관과 외면 속에서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022년 국민동의청원으로 차별금지법 공청회가 처음 열리는 등 전환점이 마련되는 듯했지만, 제정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은 국회에 제출되지만 심의되지 않고, 논의되지만 폐기되는 대표적인 유령 법안 중의 하나다.
대체 차별금지법이 18년 동안 거듭 무산되는 이유는 뭘까? 그 주된 이유는 일부 종교계의 강경한 반대가 있다. 특히 보수 개신교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조항을 문제 삼아 차별금지법을 ‘반종교적’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또한 반대세력이 퍼뜨린 성소수자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와 혐오 담론이 사회적 논의를 왜곡하고 합의를 방해해왔다. 그리고 이들 반대세력에 호응하는 정치권의 책임 회피다.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여야 모두 혐오에 편승한 반대 여론만 의식해 ‘인권’은 외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이다. 2021년 11월 29일, 광주 대학 간담회에서 “동성애를 차별할 필요는 없다”면서 “차별금지법 필요하고 입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곡해·오해는 존재하지만 충분한 의견수렴 거쳐 사회적 합의 이룰 수 있다”고 법제정을 강력히 강조하기가지 했다. “기본권 보호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 역시 ‘국회 몫’이라며 거리두기를 택한 셈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을 안정시켜야 하는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대통령으로써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차별금지법 유보 입장은 지난 5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 발의 철회를 겪으며 어느 정도 짐작했던 바여서 그리 놀랍지는 않다.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이 발의했던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 차별 사유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었다며 일부 종교계의 반발이 빗발치자 단 6일 만에 법률안을 철회했다. 이 법률안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장애, 성별, 인종, 종교 등 다양한 집단에 대한 온라인상에서의 혐오를 함께 다루는 포괄적 혐오표현 금지 법률안이었고,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난무하고 있는 장애시민에 대한 혐오표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도적 수단이 될 수도 있었지만 무산되었다.
장애를 이유로 한 혐오표현은 일상적이다. 뉴스 댓글에는 장애시민을 향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넘쳐나고, 유튜브에는 장애시민의 신체적 특징이나 행동을 조롱하거나 왜곡하는 콘텐츠가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수익창출에 악용된다. 소위 ‘장애인 코스프레’라는 말로 의심과 불신은 장애시민을 끊임없이 검증하도록 강요한다. 심지어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에게조차 ‘세금으로 지원받기 위해 일부러 아이를 낳았다’는 혐오성 루머가 나돌 정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법률은 혐오표현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성적 지향’만 빼고 다시 혐오표현 규제법을 발의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는 소수자 간 권리의 서열화를 낳고, 차별을 제도화하는 편법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누군가의 인권이 타협의 대상이 된다면, 결국 다른 누군가의 인권도 안전하지 않다. 오늘은 성소수자가 밀려나지만, 내일은 장애시민이 제외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인권은 ‘전부 아니면 없음’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난감하고 곤혹스럽지만 사회 분위기는 감내할 몫으로 여기기를 암묵적으로 강제한다. 그래서 나는 조인철 의원의 철회법안과 이재명 대통령의 차별금지법 유보 발언이 되레 ‘장애(혹은 성적지향, 학력, 병력, 전과, 출신 국가, 출신 지역, 가족형태 등)를 이유로 차별을 감수해야만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의 차별금지법 유보 발언으로 제정은 불확실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가뭇없이 사라졌다고도 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차별금지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와 인권단체의 연대는 더욱 강고해졌고, 청년 세대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뚜렷해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도 장혜영 의원 등이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있으며, 제22대 국회에서도 재발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의 책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권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인권 문제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이나 정파의 입법 과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다. 그 약속이 또다시 미뤄진다면, 그것은 단지 법의 지연이 아니라 인권의 유예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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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이 아니라 헌법을 빼앗기 위한 법입니다. 인권 차별혐오 이런 단어는 들러리에 불과하지요. 차별금지법안 제4조1항. 대한민국헌법상의 평등권과 관련된 법령을 제정, 개정할 때에는…..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여야 한다. 해석하면 헌법 개정할때도 이 법을 따라라. 이말은 헌법과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국민을 노예로 삼겠다는 무시무시한 속내가 들어 있지요.히틀러의 전체주의 국가를 목표로 하는 법이기에 반대하는 겁니다.
오늘은 성소수자가 밀려나지만, 내일은 장애시민이 제외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인권은 ‘전부 아니면 없음’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너무 와닿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