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장애등급은 언제 폐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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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카드 사진 ‘장애인’이라는 집단에서 등급을 나누지 않고 포괄적으로 장애 정도에 따라 지원하며, 등급을 나누는 장애등급은 진짜로 폐지되어야 한다.
‘장애인’이라는 집단에서 등급을 나누지 않고 포괄적으로 장애 정도에 따라 지원하며, 등급을 나누는 장애등급은 진짜로 폐지되어야 한다. ©박관찬 기자
  • 1~6급에서 심한/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
  • 숫자상 등급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도 어디에선가 투쟁하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활동지원서비스, 최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돌봄지원 등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이러한 영역처럼 여전히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게 바로 ‘장애등급제 폐지’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공약과 함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의 기준과 등급도 대폭 개편이 됐다. 하지만 기존의 장애등급이 1급부터 6급까지 있었던 것에서 폐지된 게 아니라,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나누어졌다. 숫자로 등급을 매기던 방식만 폐지되었을 뿐 여전히 장애등급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장애당사자 A 씨가 어느 게시물의 댓글에 자신을 ‘중복장애 3급’이라고 소개한 것도 발견됐다. 숫자상의 등급에서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하게 되었다지만, 여전히 장애당사자들 중에는 숫자상의 등급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이다.

활동지원사로 오랜 기간 근무하고 있다는 B 씨는 “개인적으로 지금 장애등급이 두 분류로 나눠진 것보다 차라리 기존의 숫자상으로 여섯 등급으로 나눴던 때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자신을 소개하거나 서류상에 체크를 해야 할 때 ‘심한’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심한 장애를 가진 장애당사자에게는 정체성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하지 않은 장애’로 시각장애를 가진 C 씨는 “현행 체계상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될 수밖에 없어서 심하지 않은 장애로 등록했는데, 주변에서는 ‘왜 네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냐’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를 분류하는 기준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기준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형식적 폐지가 아닌 실질적 진짜폐지해야 할 때

장애등급제를 폐지한 이유 중 하나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함으로써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복지서비스를 모든 장애인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나뉘긴 했지만 ‘심하지 않은 장애’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심한 장애인’ D 씨는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건 엄연히 ‘형식적’인 의미가 있을 뿐이지 실제로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주장하며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심하지 않은’ 이유로 바우처 시간을 조금밖에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아쉬워했다.

또 C 씨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면서 활동지원서비스 심사기준도 싹 바뀌었는데, 대한민국 장애인 중에 자신이 받은 심사결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장애등급을 단계적으로나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느니 했더라도 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이젠 보다 확실하게 ‘진짜’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B, C, D 씨 모두 공통적으로 ‘장애인’이라는 집단에서 특정 등급으로 나누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등급을 나누지는 않되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장애의 ‘형식적’인 부분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분을 면밀히 파악해서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D 씨는 “이제 앞으로 복지카드나 장애인증명서 같은 서류에도 그냥 ‘장애인’임을 드러내면 그걸로 끝이지 등급 같은 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그래서 활동지원서비스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어떤 제도나 정책이든 장애를 포괄적으로 잘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이젠 장애등급제가 ‘진짜’ 폐지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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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고 현행 장애등급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진짜로 장애등급제도가 폐지되어 장애인이라는 말만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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