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지원인력을 ‘직접 고용’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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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 비포 유’ 네이버 영화 캡처
영화 ‘미 비포 유’ 네이버 영화 캡처
  • 영화 <미 비포 유> 속 직접 고용을 보며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 2016)>는 촉망받던 사업가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전신마비가 된 윌(샘 클라플린)과 그의 간병인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신마비가 된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윌과 그런 윌의 간병인 루이자는 윌이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시놉시스를 읽어보면 ‘전신마비 환자’와 ‘간병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윌은 목 아래가 마비된 전신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하고, 루이자는 그런 윌을 간병한다.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가 맞지만, 한편으로는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라는 관계로 접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윌과 그의 부모는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간병인을 구한다는 공고를 관련기관에 보내 면접을 보고 루이자를 채용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전신마비가 있는 ‘환자’든 ‘장애인’이든 채용된 인력이 정부나 기관을 통해 급여를 받는 게 아니라 개인(또는 가족)이 직접 급여를 주는 형태로 직접 고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 활동지원사를 ‘직접’ 고용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통계적인 자료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어딘가 그렇게 개인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사례가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보건복지부나 시, 도 차원에서 제공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개인예산제라는 말이 심심지 않게 등장하는 요즘, 이 개인예산제가 확대된다면 우리 주변에서도 영화의 루이자처럼 활동지원사를 ‘직접 고용’하는 사례를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현행 활동지원서비스 체계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지만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도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의 개선은 여전히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활동지원급여의 결제 시스템부터 장애인 이용자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심사 등 한 가지 주제만 정해도 많은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들은 며칠 밤을 꼬박 지새워도 모자랄 만큼 할 이야기가 끝이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도장애인이 되어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윌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또 아쉽기도 하다. 윌처럼 비장애인일 때의 삶이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람은 전신마비와 같은 최중증으로 중도장애인이 되는 삶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방황이나 은둔의 시간을 가지더라도 그 시간이 꽤 길 수 있고 장애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하는 과정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윌은 그러한 삶을 포기하고 안락사를 결정한다.

윌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현실에서 윌과 같은 상황에 처한 중도장애인들도 대부분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중도장애인으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도 있고, 중도장애인으로서의 삶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좌우간 영화에서처럼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이 따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을 기관 차원이 아닌 장애인 이용자 개인이 ‘직접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도 갖춰지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물론 장애감수성이 낮은 이라면 단순히 급여만을 위해 일하고 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1년 동안만 근무하고 사직할지도 모른다. 서로의 요구사항과 조건을 고려하여 맞는 사람을 구하는 건 꼭 활동지원사가 아니더라도 어느 영역이든 마찬가지다.

직접 고용이 가능하다면 굳이 기관을 통한 이론교육은 물론 실습을 할 필요가 없다. 인력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이용자가 직접 지원자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장애에 대한 내용 등을 교육할 수 있다. 또 몇일 또는 몇주간의 실습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동안의 실습을 통해 최종 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는 기관에서의 이론과 실습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장차 정식 계약을 맺을 수도 있는 이들 사이에 일종의 ‘수습기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인력을 고용하려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게 개인예산제든, 제2의 다른 제도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장애인이라고 하는 만큼 꼭 고려하고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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