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대 최대 인상률에도 삶은 그대로… ‘기준’과 ‘현실’의 괴리
-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무시…기준은 ‘평등’ 아닌 ‘기계적 동일’
- 수급자 는다지만, 탈락자는 더 많을 듯… 복지 문턱은 여전히 높아
- 선별 아닌 보편으로…복지제도의 철학이 바뀌어야 할 때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31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를 통해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 649만4738원으로 고시하면서 6.51% 인상됐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소급 가구의 74%를 차지하는 1인 가구는 239만2013원에서 7.20% 오른 256만4238원으로 올랐다. 기초생활보장 급여별로 봤을 때 생계급여(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는 4인 가구 기준 올해 195만1287원에서 내년 207만8316원으로, 1인 가구는 76만5444원에서 82만556원으로 인상된다.
이번 중위소득 인상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결정된 기준 중위소득이어서 기대가 컸지만 지난 윤석열 정부와 비교해 보면 인상폭은 기대보다 미미했다. 생계급여의 경우 4인 가구 기준 207만8316원, 1인 가구 기준 82만556원으로 각각 상향됐다. 정부는 이로 인해 약 4만 명이 새롭게 생계급여를 수급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 상당수가 장애시민일 가능성이 크다.

■ 기준은 높아졌지만… 실제 ‘삶의 기준’엔 못 미쳐
이번 기준 중위소득 인상은 사실상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근간을 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기준 중위소득은 14개 부처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국가장학금, 행복주택 공급 등 80개 복지사업의 선정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6년에는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 의료급여는 40% 이하, 주거급여는 48%, 교육급여는 50% 이하에게 지급된다. 이 기준 자체는 올해와 동일하다. 문제는 기준 중위소득이 실제 저소득층 장애시민 가구의 생계비 수준과 괴리가 크다는 데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장애시민 1인 가구의 월평균 생계비는 120만 원을 웃돈다. 반면 2026년 생계급여 지급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2만 원 수준이다. 최소한의 삶조차 꾸리기 어려운 금액인 셈이다. 중위소득 인상으로 생계급여 대상이 약 4만 명 확대된다지만, 여전히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계선상의 ‘빈곤한 비수급자’는 더 많은 수로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장애시민은 생계 곤란과 함께 고정된 의료·보조기기·이동 등 추가비용이 필수인 집단이다. 이러한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이 기준 중위소득 산정이나 급여 기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현실은, 제도의 구조적 불평등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 ‘1인 가구’의 현실 외면한 생계급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약 74%는 1인 가구이며, 생계급여 수급자의 경우 80%가 1인 가구다. 이번 중위소득 인상도 1인 가구에 대한 조정폭이 가장 컸다. 올해 239만 원이었던 1인 기준 중위소득은 256만 원으로 7.2%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안에 숨겨진 현실이다. 중증장애시민 1인 가구의 경우 기본적인 식사, 간병, 교통비용, 의료비 외에도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의 절대량이 비장애인 1인 가구보다 훨씬 크다. 그럼에도 생계급여에는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형식상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는 ‘불공정한 동일 대우’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생계급여 수급 기준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일부 완화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현실과 맞지 않는 잣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중위소득 인상과 각 급여 수준의 상향이 “빈곤층의 삶을 보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장애시민의 삶을 단순히 수급자 수의 증가로 가늠하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4만 명 수급자 확대’라는 숫자 이면에 놓인 것은 여전히 복지의 문턱에 가로막힌 수십만 장애시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장애시민의 약 23.9%가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장애시민 빈곤율이 전체 국민 대비 두 배 이상이라는 통계를 고려할 때, 절반 이상은 제도의 문밖에 머물러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노동능력이 미약하고 추가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채 실질적 빈곤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 중위소득’이라는 틀에 갇혀 탈락할 수밖에 없다.
■ ‘선별’이 아닌 ‘보편’에 가까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준 중위소득을 통한 ‘선별주의’는 일정 부분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그 기준이 장애시민의 삶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제도는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를 확대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OECD 국가 중 상당수는 장애에 따른 소득보장 체계를 ‘일정한 급여+추가 필요비’ 방식으로 운영하며, 주관적 생활조건 조사를 병행하여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형적인 ‘소득-재산 중심’ 기준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중위소득은 본질적으로 가구 소득의 ‘중앙값’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절대빈곤선도, 생활실태를 반영한 ‘적정 생계비’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이상 그것을 ‘기준선’이 아닌 ‘최저보장선’으로 오용하고 있는 현 제도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심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분명 선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겠지만 그 말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준 인상의 숫자 너머에서 고통받는 수급탈락자, 장애 빈곤층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준 중위소득이 인상되었지만, ‘기준의 사각’은 여전하다. 생계급여가 늘어났지만, ‘실제 생계’는 여전히 버겁다. 수급 대상이 늘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도의 문턱 앞에서 돌아서고 있다는 각계의 지적은 진정한 복지는 숫자보다 삶이며, 장애시민의 일상이 생존이 아니라, 삶의 질을 고민하는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