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과 ‘앉은뱅이’를 남발하는 우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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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여자 일러스트레이션
동시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장님’과 ‘앉은뱅이’라는 장애비하표현이 남발되고 있다. ©픽사베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일물일어설’로 유명하다. ‘일물일어설’이란 하나의 사물이나 상황에 맞는 단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완벽주의적 접근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양성이 존중받는 현대사회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종종 ‘일물일어설’이 떠오른다. ‘정녕 그 상황에서 생각나는 게 그런 표현밖에 없었을까?’하고.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모두 구속되었다. 역대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의 동시 구속은 최초이기에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구속이 논의되고 조사를 받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에 대한 여러 가지 표현 중에서 장애에 대한 잘못된, 즉 비하표현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과 관련하여 특정 정치인의 예언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데, 예언에 의하면 윤 전 대통령은 당뇨성 실명에 의한 ‘장님’이 되고, 김 여사는 ‘앉은뱅이’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장님’과 ‘앉은뱅이’는 장애에 대한 잘못된 표현임을 넘어 장애비하표현이다.

먼저 ‘장님’의 사전적 정의는 ‘시각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당뇨성 실명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표현이 아니라 “장님이 될 수도 있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을 장님으로 잘못 표현한 것이다.

또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휠체어를 탄 김 여사를 가리켜 “앉은뱅이가 될 수도 있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앉은뱅이’의 사전적 정의는 ‘하반신 장애인 중에서 앉기는 하여도 서거나 걷지는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 역시 지체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다.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구속, 특검 조사 관련 뉴스와 온라인 미디어에는 ‘장님’이나 ‘앉은뱅이’와 같은 표현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비장애인우월주의, 비장애인중심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명은 어떠한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장님’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표현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구속된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비하를 넘어 장애인 자체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휠체어를 타고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통해 ‘앉은뱅이’라고 김 여사를 표현한 것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이는 휠체어를 타서 앉아 있는 사람은 앉은뱅이라는 표현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고 이를 접한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좋지 않은 학습 효과가 된다. 무엇보다도 이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 아닌 ‘휠체어’라는 보장구에 더 초점을 맞춘 표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이었던 사람과 영부인이라는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두 사람에 대한 뉴스에서 장애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되고 있어 안타깝다. ‘장님’과 ‘앉은뱅이’가 장애에 잘못된 표현이라는 걸 알고 올바른 표현을 사용했다면 좋았을 텐데, 범죄 사실에 대한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게 장애에 대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까 우려스럽다.

민주주의와 포용국가를 지향한다는 대한민국인만큼 이제는 비장애인 중심적인 용어가 아닌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를 위한 배려가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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