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작은 활발, 생계는 불안정”… 63.8%가 임시·시간제
- 예술과 기업의 만남, 장애인 자립의 새로운 경제 모델 기대
[더인디고] “장애인 문화예술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각종 축제와 전시, 공연에서 장애예술인의 활약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뒤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4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63.8%가 임시직·시간제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예술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답한 이들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즉, 사회적으로 장애예술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창작 환경은 여전히 취약하다. 창작이 곧바로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방귀희)과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이사장 박마루)가 손을 맞잡았다. 두 기관은 8월 18일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장애예술인의 창업 및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문화예술 분야 장애인기업 육성을 통한 자립 기반 마련 ▲장애인기업과 장애예술인의 상생 협력 ▲장애인 정책 인지도 제고를 위한 공동 홍보 등이다.
방귀희 이사장은 “일본은 이미 많은 기업이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콘텐츠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장애예술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마루 이사장 역시 “예술 활동이 창업과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두 기관의 인프라를 연계해 장애인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방 이사장이 언급했듯, 일본은 이미 기업과 장애예술인의 협업이 활발하다. 대표적 사례로, 일본의 일부 대기업은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브랜드 광고, 제품 디자인, 사내 굿즈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예술인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적 가치와 창의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를 낳는다.
유럽에서도 ‘장애예술인의 창작을 사회적 기업 모델과 결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장애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이 공연·전시·디자인 산업과 연계되어, 예술이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예술인의 예술적 역량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지만, 창작과 생계의 단절이 여전하다. 특히 ▲공공 지원금 중심의 편중된 구조 ▲민간 기업과의 협업 부족 ▲장애인기업에 대한 정책적 이해 부족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지원”의 차원이 아니라, 예술과 기업을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술인이 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과 정책 홍보가 병행된다면, 장애예술은 복지적 지원 대상이 아닌 새로운 문화경제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기업 모델과 접목하는 시도는 단순한 자립을 넘어선다. 문화예술은 이미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 산업과 사회적 가치 소비가 맞물리게 되면 장애예술은 ‘취약계층 지원’이 아닌 창조산업의 미래 자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장애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창작물의 상품화 △장애인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확장 △정책 홍보 강화 등이 현실화된다면, 장애예술인이 단순한 ‘예술가’에서 ‘창업가’로 변모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곧 장애인 자립의 새로운 모델, 나아가 한국형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발전 방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협약은 장애예술인의 고용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넘어 ‘예술-기업-정책’을 잇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모색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일본·영국 사례처럼 예술이 곧 산업이자 경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더인디고 THE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