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농담으로 포장된 차별…정치권의 장애인권 의식 ‘낙제점’

200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언론 및 방송모니터링 제2차 동향 리포트」를 통해 “정치권의 장애 비하 발언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나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 장치가 부재해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언론 및 방송모니터링 제2차 동향 리포트」를 통해 “정치권의 장애 비하 발언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나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 장치가 부재해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ChatGPT 이미지
  • 네 가지 유형으로 반복되는 정치권의 장애비하 언어
  • 해외는 ‘제재’ 강화,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백’ 상태
  • 헌법적 가치 존중한다면, 언어부터 성찰해야

[더인디고]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최근 발표한 「언론 및 방송모니터링 제2차 동향 리포트」는 우리나라 정치권의 장애인권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6~7월 동안 지상파와 종편 방송 8개사, 중앙 일간지 1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모니터링 결과, 정치인의 장애 비하 발언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들 발언을 △비유적·은유적 표현, △직접적 모욕, △차별적 농담·풍자, △무지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용어 사용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비유적·은유적 비하는 겉으로는 단순한 수사학처럼 보이지만 장애를 결함과 동일시하는 사고를 전제한다. 대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가 상대 지지자를 “또라이들”이라고 지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 직접적 모욕은 더욱 노골적이다. 한 국회의원이 TV 토론에서 상대 주장을 반박하며 “정신병자 같은 소리”라고 말한 발언은 정신질환자를 비정상적 존재로 낙인찍는 전형적인 사례다. 셋째, 차별적 농담과 풍자는 유세 현장에서 흔히 등장한다. “정신 나간 집단”이라는 표현이 청중의 웃음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결국 정신장애가 있는 시민을 부정적 이미지로 소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무지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표현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공식 발언에서 여전히 “정신지체자”라는 이미 폐기된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삭제된 지 오래지만, 국회의 언어 습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

▲비유적 발언은 직접적인 모욕은 아닐지라도, 장애를 불완전함과 동일시하며 대중에게 반복적으로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 「언론 및 방송모니터링 제2차 동향 리포트」

■ 제도의 부재, 반복되는 학습효과

정치인의 언어는 사적 발화가 아니라 공적 권위를 지닌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는 순간, 장애시민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이 반복되면서 정치인들에게 ‘혐오를 발언해도 정치적 불이익이 없다’는 학습효과를 남긴다는 점이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안형진 책임연구원은 “정치인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상징적 폭력”이라며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 장애 혐오 발언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정치인의 무심한 언어는 곧 사회적 낙인이 된다.

■ 영국⋅아일랜드는 당 차원, 인도는 선관위 제재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니라 정치권의 무책임은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노동당·녹색당, 아일랜드 사회민주당은 당규 차원에서 장애차별철폐 강령을 마련해 발언을 규율한다. 인도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제재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발언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았다’며 넘어가는 것이 관행이고, 정당은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 정치권은 장애인권을 공허한 수사로만 소비하며, 실제 제도적 장치는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장애시민을 비유와 풍자의 도구로 사용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한, 우리나라는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 공적 영역에서 제재 필요해

보고서는 정치인의 ‘유감 표명’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각 정당은 윤리 강령과 당규 차원에서 장애비하 발언을 명확히 금지해야 하며,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제재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장애를 모욕하는 언어가 공적 공간에 등장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치권이 장애인권을 헌법적 가치로 존중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스스로의 언어부터 성찰해야 하고, 장애를 웃음거리와 정치적 공격의 재료로 소비하는 행태는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 혐오 발언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권력의 메시지이며, 그 메시지에 의해 가장 먼저 상처 입는 것은 바로 이 사회의 시민”임을 정치권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0 Comments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