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인의 직업은 ‘예술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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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인이 예술을 직업으로 삼으며 마음껏 예술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첼로연주사진
장애예술인이 예술을 직업으로 삼으며 마음껏 예술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픽사베이
  • 장애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장애예술인 창작활동지원(3)
  • 예술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도 부수적 수입인 경우가 많은 편
  • 장애예술인이 예술을 ‘주된 직업’으로 하는 환경 구축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무대 위에서 화려한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을 보며 관객들은 생각한다.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노력하고 연습하고 준비했을까? 공연의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공연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을 거라는 사실은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예술인에게 장애가 있다면 어떨까? 관객들의 관점은 통일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데도 예술을 한다’고 대단하고 감동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고, ‘장애’라는 걸 전제로 하지 않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관점도 있는가 하면 ‘장애예술’ 자체를 새롭게, 또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떤 관점이든 장애예술가 또한 무대 위에서의 공연을 위해 비장애예술가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하고 연습하고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인디고는 대한민국의 장애예술인들의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장애예술인과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이들을 취재했다. 여기에서 ‘장애예술인’은 단어 그대로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공연이나 전시 등의 ‘실적’이 있는지 유무와는 별개로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예술을 하는 이와 그들을 지원하는 인력을 포함해 총 다섯 명을 만나 장애예술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5년 기준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은 4.0%, 민간기업은 3.3%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나 장애인표준사업장, 장애인보호작업장 등 ‘장애인’과 관련되지 않은 곳은 여전히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을 채용하기보다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는 장애예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술’을 직업으로 하며 활동하고 싶지만, ‘생계형 예술’로는 제대로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기 위한 일부 기업의 장애인일자리로 장애예술인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대부분이 기대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음악을 하는 발달장애인의 부모 A 씨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가서 공연을 하거나 행사의 초청공연이나 축하연주를 하는 걸 좋아하는데, 교육이나 행사가 매번 있는 게 아니니까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면서 “그래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장애인일자리로 채용되어서 직원으로 일도 하고 음악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A 씨에 의하면, 특정 기업의 장애인일자리로 채용되더라도 발달장애의 특성에 맞춰진 일자리를 제공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장애인일자리로 인한 급여와 예술활동을 통한 사례비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만족한다. 하지만 이 시기가 정규직으로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곳을 찾아야 되고, 공연 의뢰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A 씨는 “요즘 예술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생계형으로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예술 분야를 통해서라도 일자리 창출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장애예술인들이 좋아하는 예술을 직업으로 삼고 장애예술의 가치를 꾸준히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A 씨는 “장애예술인의 예술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장애예술인 개인이 지원하는 경우 대부분 1년 단위 사업이다”라며 “이런 경우는 사업이 끝나는 매년 12월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고, 다음해 사업이 되기까지 매년 초 몇 개월동안은 창작지원금도 없고, 또 사업도 매번 선정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화가인 지체장애인 B 씨는 요즘 투잡이나 스리잡을 한다고 한다. 화가를 ‘주 직업’으로 내세우고 싶지만 의뢰가 들어오거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전시나 행사가 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은 의뢰가 들어올 때 ‘맞춤형 작업’을 하고, 그 외에는 다른 일을 한단다.

B 씨는 “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서 구인구직 정보를 확인하며 제게 맞는 일자리가 있으면 입사지원서부터 넣는다”면서 “겸직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화가를 프리랜서로 하되 4대 보험 가입이 되는 일자리를 가지는 게 가능한 경우도 있어서 곰꼼하게 살펴보며 지원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B 씨는 그렇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구인구직활동을 통해 현재 재택근무로 하루 3시간씩 월 60시간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재택근무이기 때문에 근무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 근무를 하면서 그림 의뢰가 들어오면 작업을 하며 ‘투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B 씨는 구인구직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게 월 60시간인 만큼 급여가 적기 때문이다.

B 씨는 “재택근무라는 건 정말 큰 장점이지만, 근무시간이 적은 만큼 이 일에 대한 급여와 예술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에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서 “이렇게라도 일하면서 지금 근로조건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의 구인구직 건을 발견하면 지원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 씨는 “제가 가장 바라는 건 화가로서 수입이 보장되면서 열심히 그림 그리는 것에만 전념하는 생활이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대신 장애예술인이 예술활동을 주 업무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수적인 업무로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도록 겸직을 허용해주는 일자리가 지금보다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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