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주의를 넘어 최대한 이동권 보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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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차량 문제로 차가 견인되었을 때, 그 차가 휠체어 리프트차량이었다면 운전자는 리프트차량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배차를 거부당하면 장애인의 이동권은 어떻게 되는 걸까. 거리사진
고속도로에서 차량 문제로 차가 견인되었을 때, 그 차가 휠체어 리프트차량이었다면 운전자는 리프트차량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배차를 거부당하면 장애인의 이동권은 어떻게 되는 걸까.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얼마 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운전자 A 씨의 차가 고속도로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차가 견인되었다. 차는 견인되었는데, A 씨는 폭염경보가 발령된, 그늘 하나 없는 뜨거운 고속도로의 한켠에 남겨지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장애인특별교통수단’ 즉 장애인콜택시다.

A 씨도 그 생각을 했고, 현재 있는 고속도로의 위치에 해당하는 지역의 장애인콜택시 콜센터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 콜센터에서는 A 씨가 해당 지역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등록’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차량을 배차할 수가 없다고 했다. A 씨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도 상담원은 ‘등록’ 이야기만 할뿐이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특정 지역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등록절차를 거쳐야 한다. 장애인임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장애로 인해 왜 장애인콜택시 이용이 필요한지 심사받는 기간을 거치기도 한다. 등록과 심사를 위해 장애인은 필수서류를 제출해야만 한다.

A 씨는 해당 지역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위한 등록 절차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고속도로 위라는 위험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한여름이라 날씨도 너무 덥다. 핸드폰으로 장애인콜택시 콜센터를 검색해서 찾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의 A 씨에게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니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은 과연 합리적인가?

간혹 장애인콜택시 이용규정에 보면 병원 진료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즉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한마디로 ‘등록주의’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어떤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속지주의’가 지배적인 우리 나라 장애인콜택시는 이제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시스템을 통합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는 장애인콜택시 통합예약시스템은 시스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약’에 대한 부분이다. 결국 어떤 지역이든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등록과 신청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구시와 같은 경우, 1회에 한해서는 사전등록이 없더라도 등록되지 않은 타 지역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1회라는 횟수를 제한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구시를 방문했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등록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 씨의 같은 위급한 상황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1회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언제든 위험하고 긴급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긴급지원’이 1회가 아니라 언제든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A 씨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만약 비장애인 B 씨가 A 씨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해보자. B 씨는 카카오택시와 같은 앱을 활용하여 택시를 호출할 수도 있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차량이든 이용할 수 있고, 그래서 연락할 수 있는 옵션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도 비장애인이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다양한 옵션을 통해 이동권을 보장받는 것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1회에 한해 등록없이 이용 가능, 선이용‧후등록과 같은 방법이 있지만, 결국에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사전등록의 절차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콜택시 통합예약시스템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장애인콜택시 이용이 필요한 장애인이 이 시스템에 복지카드나 장애인증명서 등으로 ‘장애임’임을 증명하는 단 한 번의 절차를 거치고 전국 어디에서든 카카오택시처럼 장애인콜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럴려면 시스템은 물론 리프트차량도 전국에 골고루 배치되어야 하는 만큼 여러 문제가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기본권 중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인 만큼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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