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이하 드림팀)’ 20기는 행동하는 장애청년드림팀을 주제로 영국, 미국, 호주 3개국 연수를 마쳤다.
그 중 장애인 창작자들과 그 창작을 함께하고 있는 비장애인 동료들로 구성된 팀 ‘크리피(Creapy)’는 지난 8월 8일부터 16일까지 미국 LA로 연수를 다녀왔다. LA 할리우드에서 현지의 창작자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고민과 미래상을 나누고 돌아온 크리피(Creapy). 8박 10일간의 연수기를 총 7편의 글에 담았다.
[Creapy팀 서기 이우진] 우리 팀은 규모가 컸다. 휠체어 사용자 한 명, 보행이 가능한 뇌성마비 장애인, 시각장애인 둘에 안내견 하나. 거기다 온갖 카메라 장비를 들고 걸어가는 비장애인 다섯으로 구성된 (국영) 방송국 촬영팀, 소풍 나온 복지재단 또는 브레멘 음악대 같기도 했다. 연수 기간 열흘 내내 우리는 LA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크립 워크(Crip-walk)*스러운 전시 효과를 만들었다.

다만 주민들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의 모든 이목이 쏠릴 만한 행렬이었지만 말이다. 안내견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저 장애인들은 왜 저렇게 우르르 몰려가나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 나중에는 나도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고 화창한 거리를 누볐다. 여름의 LA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볼 것도 찍을 것도 많았다. 아무튼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보다도 NPC처럼 군데군데 서 있는 노숙자가 더 신경 쓰이기도 했다.
매끄러움에 대비되는 삐걱거림의 존재는 장애학의 관점을 빌릴 때 곧잘 다루어진다. 어떤 삐걱거림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어서 매끄럽게 삭제될 수 없고, 덮어 놓고 페인트를 바르려는 무지한 매끄러움의 공작에 위협을 받곤 한다. 장애학의 가호를 받아, 우리의 연수는 삐걱거림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휠체어 배터리를 놓고 내려 대한항공 직원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뇌성마비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었다. 다른 뇌성마비 장애인은 때때로 화면해설과 통역을 동시에 하느라 목이 쉬었다.
현지에 도착한 첫날 오후에 핫도그를 먹으러 15분 거리를 걸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우리의 단장님, 홍윤은 뻘뻘 땀을 흘리며 쇠약해져 갔다. 행렬은 갈수록 길게 늘어졌다. 전동모터의 힘으로 저 멀리 앞서 나가는 지우가 있었고, 한가롭게 걸어가는 우령과 주은, 가끔 촬영하러 멈추는 주혜와 혜진, 그리고 홍윤이 있었다. 그는 열심히 걸었다. 간격은 좁혀지다가도 멀어지곤 했다. 홍윤과 함께 가던 나는, 이렇게 장애인들이 단합이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핫도그는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갈 때는 우버를 탔다.
호텔이 아닌 3층짜리 에어비앤비 주택으로 숙소를 설정한 것은 우리 팀의 의지였다. LA 시내에 9박 5개실을 예약하고 나면 남는 예산이 얼마가 될지 걱정되었고, 한 집에 모여 복닥복닥 살아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촬영과 인터뷰 장소로도 요긴하게 활용했다. 다만 큰 독채를 웨스트할리우드 지역에 빌리니 그것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만큼 돈을 냈으니 호화롭고 편안한 숙소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기대했다. 기대가 아주 좌절된 건 아니었지만, 3층이라는 점에서 이미 접근성의 크나큰 제약을 예상했어야 했다.
숙소에 도착했더니 1층에는 샤워실이 없어서,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2층, 3층으로 올려보냈다. 숙소를 드나들 때마다 50kg짜리 전동휠체어를 분해해서 다시 조립하는 것은 꽤 고역이었다. 힘이 센 주혜가 자기도 분해조립을 도와주겠다고 나서서 무서우면서도 고마웠다(해외여행 중 휠체어가 고장 나는 상황은 공포스럽고, 주혜는 시각장애인이다). 연수가 끝날 무렵 주혜는 휠체어 분해조립의 전문가가 되었다. 행정요원 명환과 함께 F1 피트스탑 장면을 따라하며 파트들을 조립했다. ‘메카닉! 전면 하부 조립…!’ 이런 식이었는데, 글로 쓰려니 부끄럽지만 할 때는 재미있었다.
이 모든 순간을 홈비디오로 담지 못한 게 아쉽다. 집안일은 내팽개치고 캠코더를 들고 있어야 했다. 호텔에서 묵었다면 더 매끄러운 연수가 되었을까? 물론이다. 호텔이었다면 매일 아침밥을 해먹일 필요도, 설거지와 수건 빨래를 할 필요도 없었다. 휠체어 분해조립(메카닉!)은 없고 엘리베이터로의 이동이 있었을 것이다. 너무 편하다. 그러나 그렇게 없어질 뻔한 순간들이 우리의 연수를 만들었다. 매끄러운 곡면은 지루한 영상밖에는 되지 못한다. 반면 위태롭게 삐걱거리는 우리 숙소에서는 무수한 장-돕-장(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다)의 순간이 연출되었고, PD들은 그걸 열심히 카메라로 담았다. 청소만 좀 더 해주면 좋으련만…. 그러나 장애인 크리에이터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 법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귀엽고 커다란 개, 안내견 주미와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주미는 온종일 더운 거리를 돌아다니느라 지쳐서 숙소로 돌아오면 푹 퍼질러 자곤 했다. 매트리스에 앉아 툭툭 치면 펄쩍 올라와서 몸을 부볐다. 그와 함께 흩날리는 수많은 털과 꼬순내의 존재감. 그것은 곱상하게 관리된 강아지가 아닌 이제 막 퇴근한 노동자 강아지의 것이었다. 그러나 연수 중 대부분의 순간들과 마찬가지로, 감수할 만했다. 나는 다음의 연수가 있다면, 또 숙소를 알아보며 (지금 이 글에 쓴 내용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에 머물러야 한다고 운영진을 설득하고 싶다. 그 매끄럽지 못한 숙소에서 벌어지는 임기응변과 이해와 재미있는 장면들을 기대할 것이다.
*Crip-walk, 또는 C-walk는 원래 Crips라는 갱에서 사용하는 댄스 스텝의 일종이다. 이 글에서는 ‘장애인(Crip, crippled)의 행진’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