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V감염인처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의 장애화 검토 필요
- 장애를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인권적 모델로 접근해야 할 때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 8월 22일 보건복지부는 중증‧난치성 자가면역 질환인 1형 당뇨병 환자와 췌장 이식 환자 등에 해당하는 ‘췌장 장애’를 신설하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등 개정안을 확정 및 입법예고를 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확대되지 않았던 장애인복지법상 15가지의 장애유형에 16번째 장애유형이 신설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췌장 장애에 해당하면서도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로 의료적‧복지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에게는 분명 환영할 소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췌장 장애 못지않게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하거나 어려움에 있는 이들의 유감, 그리고 정부의 장애에 대해 여전한 의료적 모델 인식을 비판한 목소리가 적지 않다.
UN CRPD 이행, HIV감염인 법정 장애인정 필요
HIV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를 말한다. 에이즈는 HIV 감염으로 면역세포가 파괴되어 면역 기능이 떨어짐으로써 기회감염이 생기는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을 말한다. HIV에 감염되면 신체에 있는 면역세포인 CD4 양성 T-림프구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 파괴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서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HIV감염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는 이미 장애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이에 지난 2022년 우리 정부가 채택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도 HIV를 장애 개념으로 채택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정부의 입법예고에 HIV감염은 포함되지 않았고, 이에 당사자들은 장애 등록을 신청할 수도 없는 심각한 제도적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
이에 지난 11일 국회 앞에서 HIV감염인의 장애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HIV장애인정을위한전국연대가 밝힌 HIV감염의 현실은 참혹하다. HIV에 감염한 사람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 차별과 배제를 반복해서 겪고 있다. HIV라는 이유만으로 병원에서 진료거부 및 수술거부는 일상의 차별이 된 지 오래다. 노동할 수 있음에도 노동할 수 없는 존재로서 삶 전반의 자존감과 역할을 상실한 채 삶 속에서 죽음으로 추방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소통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HIV에 감염한 사람은 감염되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사랑, 결혼, 출산, 노동, 돌봄 등의 기본적 권리조차 상실되어 인간의 존엄함을 박탈당한 채 자기 낙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장소, 시간, 관계에서의 단절은 신체적 병듦과 함께 HIV에 감염한 당사자들을 사회적으로 고립과 경제적 궁핍의 지독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약 40년 전 우리 사회는 HIV에 대해 접하였고, 20년 전부터는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권리보장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갇혀 있는 HIV감염인들의 권리보장을 위해장애인정도 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애가 있어도 15가지 유형에 없는 장애도 생각해야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가진 시청각장애는 미국에서 Deaf-Blind로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장애유형보다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더한 ‘중복’장애로 인지하는 경향이 크다.
2018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헌정 사상 최초로 ‘시청각장애’라는 용어가 장애인복지법에 들어갔다. 하지만 동법 제22조 제5항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시각장애인과 함께 언급하여 규정하여 시청각장애인을 시각장애인의 연장선상 내지 비슷한 장애유형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우려를 주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의 활동지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에 대한 지원을 다 적용받아도 시청각장애에 맞는 지원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시청각장애를 하나의 장애로 인정해서 그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런데 우리 사회가 시청각장애를 중복장애로 바라보는 경향이 크니까, 시청각장애를 하나의 장애로 인정받으면 다른 중복장애를 가진 쪽에서도 장애유형으로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A 씨는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은 의료적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인권적 모델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이니만큼 장애유형을 딱 정해서 그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건 너무 구시대적인 느낌이다”면서 “꼭 장애유형을 정해서 지원하기보다는 장애에 대한 관점을 넓히고 좀 더 포괄적이고 인권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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