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포럼 기고] ① 장애와 여행, 그 경계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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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관광 사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남이섬 관광 사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 비전꿈터 이용자 재근님과 함께한 1박 2일 청년포럼 하계 워크샵 in 춘천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는 청년포럼 하계워크숍이 지난 8월, ‘열린관광 문화권 캠프 in 춘천’을 주제로 강원도 춘천에서 진행됐다. 이번 워크숍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열린관광지 가운데 무장애 관광지를 직접 방문·체험하며 장애청년의 시각에서 관광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특히 청년포럼에 참여한 장애·비장애 청년들은 팀을 나누어 춘천 주요 관광지를 살펴보고, 여행이 지닌 의미와 현실 속 장벽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2일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장애인 문화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전꿈터 조승규 사회복지사]

“여행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고자 청년포럼 하계워크숍에 참여해 춘천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무장애 관광지를 직접 방문하며, 장애청년과 함께 접근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여행은 평등하게 열려 있는 기회일까?” 특히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여행이 그저 흥미로운 시간이 아닌 때로는 진입 장벽이 되는 현실이다. 이번 여행은 그 벽을 허물고 장애청년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 중에서도 비전꿈터 이용자인 정재근님(틸팅형 휠체어 사용)과의 이번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여행의 시작, 작은 준비에서 큰 배움까지
2025년 8월 29일 금요일 새벽 5시, 여행 첫날. 여행 준비는 일찍 시작되었다. 이번 청년포럼 준비 물품을 점검하기 위해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재근님과 보호자분은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아침 8시 비전꿈터(서울시 노원구)에 도착했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 재근님의 혈압, 맥박, 체온 등 건강 체크가 이루어졌고 다행히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었다. 이후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문화권 특강 교육장소로 이동했다.

여행은 늘 그렇듯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장애인콜택시가 예상보다 지연되었고 그로 인해 5분 거리를 도보로 이동한 후 장애인콜택시를 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근님은 편안하게 잠을 청하며 이동했으며 이는 재근님이 평소 기상 시간보다 일찍 일어난 덕분이었다. 어쩌면 재근님에게 이번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의 루틴과 다른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이룸센터에 도착 후 진행된 문화권 특강에서 우리는 장애인 관광의 현실을 마주했다. 강사는 국내 관광지의 장애인 접근성을 해외와 비교해 차이를 소개했다. 국내에는 장애인 여행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며 여행을 떠나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재근님이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청년주도 개선 활동을 통해 직접 체험한 문제이기도 했다.

문화체험, 그 안에서의 작은 불편함
춘천에 도착한 후, 우리는 춘천 명물 닭갈비로 점심을 해결하고 소양강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이곳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불편함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그러나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려 할 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했다. 장애인용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직원의 도움을 기다리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재근님이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현실적인 아쉬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편한 순간이 재근님에게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장애인들의 관광지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휠체어 킹카누 체험 모습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휠체어 킹카누 체험 모습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근님은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카누 체험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즐겼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재근님이 휠체어로 인한 신체적 제약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레저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남이섬에서의 힐링, 작은 기쁨을 느끼다
여행의 둘째 날, 재근님은 남이섬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는 메타세콰이어길을 걸으며 숲속의 평온함을 느끼고 카페에서 젤라또를 맛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때로는 그저 자연 속에서 한숨 돌리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재근님은 그 시간 동안 마음껏 힐링을 즐기며 세상과의 연결을 느꼈다.

남이섬의 여행은 단순히 물리적 여행을 넘어서 재근님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세상 속에서 소중한 한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또한, 재근님이 속한 팀은 열린관광지에 대한 접근성을 점검하고 발표하는 미션에서 1등을 차지하며 장애인 접근성 향상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이 경험은 재근님에게도 큰 자신감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행의 끝, 돌아보며
여행이 끝난 후, 재근님과 재근님 보호자는 이번 여행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재근님은 여행 중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았고, 그것이 재근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또한, 보호자는 여행 후 재근님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고 전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여행은 재근님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두 유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재근님은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과 연결되고 세상의 여러 가능성과 마주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열린관광지가 더 많이 조성되어 장애청년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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