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에서 만난 기회와 가능성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이하 드림팀)’ 20기는 행동하는 장애청년드림팀을 주제로 영국, 미국, 호주 3개국 연수를 마쳤다.
그 중 장애인 창작자들과 그 창작을 함께하고 있는 비장애인 동료들로 구성된 팀 ‘크리피(Creapy)’는 지난 8월 8일부터 16일까지 미국 LA로 연수를 다녀왔다. LA 할리우드에서 현지의 창작자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고민과 미래상을 나누고 돌아온 크리피(Creapy). 8박 10일간의 연수기를 총 7편의 글에 담았다.
[Creapy팀 부리더 양주혜] LA에서의 여정 중 절반 가량이 흘러갈 무렵, 우리는 할리우드 중심가를 걸었다. 장애인 절반, 비장애인 절반이라는 보기 드문 행렬은 여전히 큰 시선을 받지 못했고 9인의 Creapy팀도 이미 그 분위기에 익숙해진 듯했다. 나는 내가 비추는 화면에 뭐가 보이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할리우드 거리 풍경을 향해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고 그 앞에서는 흰지팡이와 휠체어가 톡톡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각자의 걸음을 캠코더에 담아내고 있었다.
‘우리는 창작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장애인이다.’
그렇게 미국 땅에서 세 명의 한국 장애인 크리에이터들은 늘 그래왔듯 열심히 무언가를 생산해 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그 과정을 잠시 소개해 보려 한다.
모든 순간은 콘텐츠가 된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가장 처음 우리에게 영감을 준 공간은 워너브라더스였다. 「영화」라는 형태로 만들어진 미디어의 역사를 집대성 해놓은 거대한 박물관 같기도 촬영지 같기도 했던 그곳에서 우리는 크리에이터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뻔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간 어린아이처럼 관람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문득 이곳을 찾은 연유를 깨닫고 급 창작자 모드에 돌입해서 촬영을 이어갔다.
워너브라더스의 메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튜디오 투어 역시 참여했는데 셔틀을 타고 실제 촬영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투어를 위해 셔틀에 오르는 순간은 가히 인상 깊었다. 일행이 탄 휠체어를 보자마자 가이드는 아무렇지 않게 달려가 리프트가 있는 셔틀을 끌고 왔다. 감격과 동시에 카메라를 들었고, 녹화 버튼을 누르며 이런 순간들이 당연해지는 세상을 잠시 상상해 보았다. 우리의 감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리프트로 휠체어를 올리고 턱이 힘든 뇌성마비 팀원을 위해 발 받침대를 놓아주던 직원의 응대는 당연하고 능숙했다. 그들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으며 이런 순간들이 의미 있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이, 더 열심히 기록하고 싶었다.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넷플릭스
미디어의 성지 할리우드에서 만난 넷플릭스 본사, 개인적으로 정말 감명 깊은 장소였다.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소비하는 걸 사랑하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리고 내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넷플릭스에 쏟는 애정은 전혀 아깝지 않다. 그들은 시각장애인이 못 보는 사람이 아닌 잘 듣는 사람으로서 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도록 본인들이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에 ‘화면해설(Audio Description)’을 더한다. 그렇게 관심을 갖다 보니 발견한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이 화면해설 녹음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도, 우리가 만난 미국인 크리에이터 중에도 있었다. 아는 시각장애인 중에 벌써 두 명이나, 그것도 국내·해외 사례가 존재한다는 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당사자가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고 깊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장애인은 소비자 축에 들지 못했다. 그저 배려가 필요한 약자, 그 레벨에서 이제는 소비자를 너머 공급자로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장애인 크리에이터가 하는 일들 중 본인의 창작 이외의 활동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크고 작은 인식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놀라움의 연속을 프레임에 담다: 유니버설스튜디오

LA의 대표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유니버설 할리우드, Creapy팀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명확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세계적인 관광지에서의 장애 인식과 접근성은 어떨까?’
우리들은 그 모습을 프레임에 담고 싶었다. 크리에이터라는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이곳에서의 하루는 콘텐츠 제작 시간으로 계획되었다. 특히, 안내견과 함께 유원지를 방문했을 때 장애 당사자가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는 대중들의 궁금증을 유발할만한 꽤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확실한 리액션을 위해 나는 일부러 안내견 동행에 대한 무엇도 알아보지 않았다.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다며 다른 팀원이 대신 확인해 주었는데 특별한 말이 없었기에 적어도 거부를 당할 일은 없겠다는 정도만 생각하며 입장했다. 안내견 한 마리, 전동휠체어 한 대, 수동휠체어 한 대, 흰지팡이까지, 한국이었다면 그야말로 놀이공원 직원들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한 구성이다. 그런데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구의 상상도 뛰어넘으리라 자신한다. 안내견이나 휠체어를 동반하여 유니버설 할리우드에 방문해 본 경험이 없다면 말이다. 대체 어떤 응대를 받았길래 저 장애인이 저렇게까지 호들갑인지 궁금하다면 추후 업로드될 Creapy팀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주목해주기 바란다.
그럼 다음 기고문에서 또 다른 LA 추억 상자를 열어보도록 하자.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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