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py] ⑥ 장애 고용과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 메이킹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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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인터뷰를 하고 있는 메이킹 스페이스의 세레나(좌측 상단)와 Creapy팀ⓒ한국장애인재활협회
▲온라인 인터뷰를 하고 있는 메이킹 스페이스의 세레나(좌측 상단)와 Creapy팀ⓒ한국장애인재활협회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이하 드림팀)’ 20기는 행동하는 장애청년드림팀을 주제로 영국, 미국, 호주 3개국 연수를 마쳤다.
그 중 장애인 창작자들과 그 창작을 함께하고 있는 비장애인 동료들로 구성된 팀 ‘크리피(Creapy)’는 지난 8월 8일부터 16일까지 미국 LA로 연수를 다녀왔다. LA 할리우드에서 현지의 창작자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고민과 미래상을 나누고 돌아온 크리피(Creapy). 8박 10일간의 연수기를 총 7편의 글에 담았다.

[Creapy팀 회계 최혜진] 개인적으로 가장 큰 기대를 품었던 인터뷰였다. 미국 생활 내내 자극적인 음식에 적응하느라 고생했지만, 연수의 마지막 날 한국식 쌀밥을 먹으며 마음이 든든해졌다. 작은 위안이 큰 힘이 되어,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다.

킬리 캣-웰스(Keely Cat-Wells)와 직원 두 명을 함께 만나기로 했으나, 일정상 킬리 캣-웰스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두 명의 핵심 실무자 세레나(Serena), 노아(Noa)를 줌(Zoom)으로 만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거리를 넘어 연결된 화면 속에서 장애인의 고용과 창작, 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향한 이야기는 짧지만 깊었다.

메이킹 스페이스(Making Space)는 장애인의 고용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플랫폼이자, 장애를 사회 속 자산으로 바라보는 기업이다. 세레나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 구직자 대상 교육 영상 제작, 그리고 10개월간 진행되는 ASCEND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장애인 구직자의 실질적 역량 강화를 돕는다. 노아는 기관의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지역사회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최전선에 서 있었다.

우리가 특히 궁금했던 점은 장애인 창작자와 협업할 때 무엇을 가장 중점에 두는가였다. 노아는 “창작자의 장애 여부가 아니라 전문성과 브랜드 적합성, 그리고 콘텐츠의 도달 범위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장애인 창작자 역시 다른 창작자와 동일하게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도 장애인 창작자 전용 에이전시가 최근에서야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는 정당한 임금 보장과 기회의 확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레나는 “장애인은 문제 해결과 창의성에서 탁월한 강점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노아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경력 공백이나 장애 관련 경험을 ‘전이 가능한 기술(transferable skills)’로 바꿔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이동하는 중에 접근 가능한 교통수단이 갑자기 차단되었을 때, 다른 대안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문제 해결 사례가 된다. 이러한 경험을 단순히 개인적 어려움으로 치부하지 않고, 직무와 연결된 역량으로 설명할 때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법과 제도는 주마다 상이하다. 일부 주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세레나는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기업들이 앞장서 장애인 고용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장애인 고용은 윤리적 선택일 뿐만 아니라 혁신과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은 매출과 창의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사회적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에 입각해 장애를 개인의 한계가 아닌 사회적 구조의 문제로 본 메이킹 스페이스의 철학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 역시 여전히 장애를 복지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메이킹 스페이스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인공지능(AI)이다. 자체 개발한 AI 챗봇은 장애인의 삶의 경험을 이력서에 맞는 언어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만성질환 때문에 일과를 자주 조정했다”는 경험은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기획력과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세레나는 “AI는 장애를 지우는 도구가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확장하는 도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메이킹 스페이스는 단순히 도구를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장애인이 AI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까지 병행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기술이 장애인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쓰일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모두를 위한 도구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말이다.

이번 인터뷰는 장애인의 고용과 창작을 둘러싼 기존의 자선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의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장애인은 사회적 비용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동력이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넘어, 장애인의 창의성과 경험이 사회적 자산임을 인정하고 제도와 기업의 구조 속에 반영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크리에이터 만남을 통해, 장애 청년들의 권리와 기회의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시사점을 이어가고자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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